오피니언

[동십자각] 고종 황제와 김정일 위원장

고종황제(사진 왼쪽)와 김정일(오른쪽)

조선의 고종(高宗)황제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이지만 역사를 상고하면 의외로 적지 않은 공통점이 발견된다. 우선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제왕교육도 받고 최고지도자가 됐으나 국제정세의 급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나라의 쇠락을 몰고 왔다. 개혁파 등 마음에 들지 않는 세력은 가차없이 쳐내고 인재를 널리 등용하지 않았다. 고종은 러시아 등 국제사회, 김 위원장은 중국의 힘을 빌려 나라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전제왕권에 집착하다 국민을 큰 고통에 빠뜨렸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고종이 우유부단했던 데 비해 김 위원장은 최강대국인 미국과 '맞장'을 뜨는 배짱이 있다. 고종이 지지세력을 별로 만들지 못하고 시류에 따라 흔들렸던 데 비해 김 위원장은 군부 등 만만치 않은 친위세력이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고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게 있다. 민심을 얻을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고서는 자칫 체제유지 노력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고종은 봉건체제 개혁과 외세배격을 내세운 동학농민군에 대한 몰살작전은 물론 항일 의병투쟁을 독려하면서도 동시에 관군과 일본군 합동으로 진압하도록 해 백성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개혁을 시도하면서도 청나라ㆍ러시아ㆍ일본세력에 계속 흔들렸다. 김 위원장은 중국일변도의 편향된 외교관계에서 벗어나고 굶주리는 인민을 구제하기 위해 남한과 협력해야 한다. 남한은 세계로 가는 창이 될 수 밖에 없다. 남북한과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일본 간 6자회담이나 중장기적으로 북미ㆍ북일 수교를 위해 남한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반인륜적인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해 남한이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사과를 해야 한다. 공은 북한에 넘어간 상태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도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해 화해협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 위원장이 정권연장에만 초점을 맞춰 변혁을 두려워한다면 김정은 시대도 장담할 수 없다. 중동ㆍ북아프리카발 자스민혁명을 남의 얘기로만 치부할 수 없다. 일본의 압제와 동족상잔의 한국전쟁, 70년 가까운 분단체제라는 뼈아픈 근ㆍ현대사를 딛고 통일한국으로 웅비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생각할 때 남북이 사과의 수위와 방식을 놓고 다투는 게 우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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