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MB표 뻥튀기라고 해외자원 개발 포기해서야

에너지 공기업들이 해외자원 개발을 줄줄이 포기하고 있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가 해외 광구 탐사를 포기하거나 대폭 감축하고 발전자회사들도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말이 재검토지 사실상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자원 개발만이 살길이라던 지난 정권과는 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 지경에 이른 가장 큰 책임은 이명박 정권에 있다. 해외자원 개발을 대통령의 치적으로 과대 선전하고 대통령의 친형이 세계를 순방하며 무리한 계약을 추진한 부작용이 한꺼번에 터지고 있다. 16조원이 투입되고도 국내에 유입된 원유나 가스는 전혀 없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는 빈 껍데기 해외자원 개발의 단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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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에너지 공기업들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청와대에 떠밀려 묻지마 식 해외투자에 나서는 통에 재무구조가 나빠지고 관련예산도 삭감돼 투자여력이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공기업경영평가에서 대거 낙제점을 받았다는 사실도 성과가 불분명한 해외자원 개발 사업을 접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처지가 실로 딱하다.

그럼에도 공기업들의 해외자원 개발 포기는 본분을 망각하는 행위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에너지 개발은 최소한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중장기 사업인데도 불과 몇년 만의 경영성과를 토대로 사업성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장기간을 요하는 만큼 민간보다 공공 부문에서 맡아야 한다는 당위성도 여전히 살아 있다.

해외자원 개발 중단과 포기가 조금이라도 MB 지우기에서 비롯됐다면 잘못도 이만저만한 잘못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은 물론 셰일가스 등 국내 부존자원이 풍부한 미국까지 정상이 나서 해외자원 확보경쟁을 벌이는 판이다. 탐사를 포기한 국가들과의 비틀어진 신뢰관계는 또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전임 정권에서 해외자원 개발이 정치적이었다면 이번 정권의 포기 역시 정치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휘둘리고서는 미래를 말할 수 없다. 자원안보 차원에서 중장기적 안목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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