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은 사스, 2004년은 조류독감의 해?`
지난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아시아에 올들어 조류독감이 급속히 확산되며 또 한번의 큰 충격파로 번지고 있다. 특히 조류 독감이 사람간 전염이 가능한 형태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치명적인 유행성 독감이 될 경우 사스보다 심각한 경제적 타격이 될 전망도 나오고 있다.
◇WHO, 조류독감 변이 가능성 경고=세계보건기구(WHO)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4일 이번 조류독감이 `인간 대(對) 인간` 감염 수준까지는 아직 변이를 일으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체독감 바이러스와 결합할 경우 사람간 감염이 가능한 신종 바이러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사람이 조류독감과 인체독감에 동시에 감염될 경우 이럴 가능성이 있으며, 이 같은 사례가 늘어날 경우 변이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
전문가들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사람간 감염이 가능한 형태로 변이를 일으킬 경우 800여명의 희생자를 낸 사스보다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 국립 감염증연구소는 조류독감이 사람간 전염으로 비화될 경우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감염되고, 5억명 이상이 숨질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한편 최근 확산중인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H5N1의 변종으로 지난해 말 발생했던 조류독감 바이러스와는 다른 것이어서 현재 나와 있는 백신은 무용지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WHO 대변인은 25일 현재 아시아 지역에 확산 중인 조류독감 백신을 개발하는데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일부에서는 올해 안에 백신이 개발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우며, 다음 번 겨울의 유행성 감기 발생 시기나 돼야 백신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과 타이에서만 현재까지 총 7명이 조류독감으로 사망했으며, 의심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사람간 감염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발발국 늑장 대응, 사태 심각성 키워=이런 가운데 조류독감이 발발한 개발도상국들의 늑장 대응이 사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실제 타이와 베트남 등 대다수 조류독감 발발 지역에서 현재 예산상의 이유로 가금류 매장 등의 발 빠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타이처럼 조류독감 발발 사실을 알고도 경제적 손실을 고려해 이를 수주간 은닉해 온 경우도 있어 조류독감 조기 차단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