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로 잔잔한 감동

■ 노래도 늙는구나 (임철순 지음, 열린책들 펴냄)


"삶의 고비를 돌이키면 어쩔 수 없이 후회와 미련이 남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분별이 생긴 것 같고 철이 더 든 것 같고 인간과 사회에 대해 좀 더 따뜻하게 볼 수 있는 여유도 있는 것 같고 한데 그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자리는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고 후배는 선배의 잘잘못을 보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법이니까요." <'교대시간' 중에서> 한국일보 주필로 재직 중인 저자가 평범한 일상을 감성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해 내놓은 에세이다. 지난 74년 신문사에 입사해 문화부장, 사회부장, 논설위원장, 편집국장 등을 두루 거친 저자가 냉정한 기사체가 아닌 따뜻한 글쓰기에 도전했다. 특종이나 대형 사건이 세상의 전부인 것으로 알고 지냈던 30여년의 기자 생활 끝에 저자가 깨달은 것은 특종 이외에도 의미 있는 세상이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매일같이 부대끼는 일상은 때론 지극히 단조롭고 지루하기까지 하지만 평범한 일상이 주는 특별한 여운과 넉넉한 여유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대기자는 웅변한다. 수십 년간 기사와 칼럼으로 단련된 그의 객관적 글쓰기는 이 책에선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한다. 대신 기자라는 신분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때론 발랄하고 정감 있으면서 심지어 끈적이는 농담을 서슴지 않는 등 기자로서 그야말로 파계에 가까운 글쓰기를 선보인다. 특히 책 속에서 다루는 소재들이 대부분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갈등과 번민, 해학을 담고 있어 거리감도 없다. '노래도 늙는구나'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해 주는 소소한 이야기들, 시시때때로 읊조리는 시들이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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