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좁아지는 대기업 취업문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대기업의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규모는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이 계속되고 청년실업 문제 개선을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로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3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156개 중 105개가 채용계획을 확정했으며 채용규모는 1만2,124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의 1만3,194명보다 8.1% 감소한 것이다. 신규채용 축소 이유는 지난해와 올 상반기 중 인력을 많이 충원한데다 장기적으로 인력규모를 축소할 계획이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 보면 섬유ㆍ유화, 제지ㆍ시멘트, 건설업 등에서만 신규채용 인력이 늘어날 뿐 자동차ㆍ타이어, 전기전자, 정유 등 대부분 업종에서는 신규채용이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당분간 신규채용 확대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업황과 실적이 좋은 업종도 신규채용 확대보다 축소 쪽으로 가고 있으며 그 이유 중 하나가 장기적인 인력운용계획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 대기업의 일자리는 일반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다. 그런 대기업의 신규채용 감소현상은 질 좋은 일자리의 신규 창출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실업률이 다소 하락하는 등 외형상 고용사정이 개선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청년취업난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이런 현상을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신규채용 감소에도 불구하고 조사 대상 기업의 올해 총 근로자 수가 50만8,000여명으로 지난해보다 2.5%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에서도 뒷받침된다. 기존 근로자들의 일자리 지키기 등으로 고용시장의 퇴출입이 원활하지 못해 신규채용 축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에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곳은 뭐니뭐니해도 기업이다. 기업의 투자가 활발해야 고용규모가 늘어나고 고용시장이 유연해야 신규채용이 많아질 수 있다. 규제완화 등을 통한 기업의 투자확대 유도,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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