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경영 숨은 일꾼, 법무팀] <4> 한국전력공사

전문인력 9명 "일당백" 자긍심<br>변호사 출신 없지만 열정·치밀함이 최대 장점<br>회사 소송업무 외 사내 법률자문 해결도 척척<br>전문인력 양성… 4년내 팀원 30명으로 확충

“우린 일당백” 소송준비를 위해 산골오지를 수차례 방문하는 등 자료수집을 위해 이리 저리 뛰어다녀야 하기 때문에 팀원들끼리도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없지만,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테이블 회의를 갖고 있다. 김성민(오른쪽 세번째) 팀장이 팀원들과 소송 대응논리 개발을 위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9명이 63조원의 자산을 지킨다” 한국전력공사 법무팀은 모두 9명이다. 지난 해 기준 자산 63조원, 매출액 27조원을 기록한 한전의 규모로 보면 상대적으로 초라한 규모다. 그러나 자긍심만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한전 내부의 평가다. 김성민 법무팀장은 “일당백(一當百) 이상의 자세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이 법적위험을 최대한 줄이는 법적해법(Legal Solution) 제공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전 법무팀은 일당백" 한전 법무팀은 김 팀장, 강병연 과장, 이경원 과장, 강흥식 과장, 김필성 과장 등이 주축이다. 이 가운데 변호사 출신은 전무하다. 사내 변호사가 1명 있긴 하지만, 현재는 공석이다. 자금팀, 감사실, 일선 사업소장 등 한전의 업무를 두루 섭렵한 팔방미인형인 김 팀장은 법무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이 과장은 민ㆍ형사, 행정소송 등 한전관련 크고 작은 300여건의 모든 소송을 담당하면서, 변호사 선임과 종결 때까지 기일을 하나씩 체크 해가며 개개의 사건을 챙긴다. 법령대응을 총괄하는 강 과장은 입사 후 독학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한국공법학회 간사를 지낸 경력에서 보듯이 강 과장은 전력산업관련 법령의 권위자로서 경영현안은 물론, 입법활동에 대한 자문 등의 업무도 도맡아 하고 있다. 김 팀장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이 골고루 포진돼 있어, 점점 복잡하고 전문화되어가는 법무 수요에 물샐틈없이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비(非)변호사들의 화려한 플레이 하지만 이들의 전문성과 열정은 남부럽지 않다. 소송을 실제 진행하지는 않지만 소송준비를 위해 산골오지를 수차례 방문해 현장을 확인하거나 자료 수집, 대응 논리 개발을 위해 밤을 지새우는 것은 법무팀이 전담하고 있다. 변전소 철거를 놓고 벌인 소송에서 법무팀 전원이 국내에 발표된 수십건의 논문을 수집, 검토한 일은 유명하다. 이 때문에 판결 결과는 한전에 유리하게 났다. 이 과장은 “담당변호사 못지않게 법무팀이 세심하게 준비해야 시너지 효과가 생기고 결과도 좋다”며 “법무팀을 단순한 사건의 중개자 정도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소송업무 뿐만 아니라 각 부서의 법률자문 해결도 법무팀이 나서야 한다. 2005년에는 450건, 지난 해는 520건의 법률자문이 쏟아질 정도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외부 로펌이나 변호사에 맡기지 않고 자체 해결한다. 비용절감 때문이다. 김 팀장은 “외부의 로펌에 의견을 묻기에 앞서 1차적으로 법무팀에서 검토 후 답변을 한다”며 “꼭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만 외부에 자문을 구하면 그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6만건에 달하는 민원을 분석, 소송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법무팀의 주된 역할이다. 민원정책은 엔지니어링 출신의 강흥식 과장이 전담하고 있다. ◇ '액티브 법무팀' 이룬다 한전은 법무팀 인원의 확충과 역량을 장기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직원수 2만480명, 송전설비 29,276 C-km, 매출액 27조원중 해외 누적수익이 1조원에 이르는 한전의 외형이 말해주듯 법무팀이 챙기고 관여해야 할 일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필리핀, 중국 등 해외 전력사업의 확대와 다각화로 법무수요는 더욱 급증하고 있다. 김 팀장은 “팀의 비전으로 ‘액티브 법무팀’을 설정하고 법무팀 강화방안을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3~4년내 30명 수준의 법무팀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전은 법무 인재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법무팀 이승교 과장이 현재 미국 로스쿨 과정을 밟고 있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달 취임한 이원걸 사장 역시 “해외사업 확대 등 급변하는 경영여건에 적극 대처해 경영리스크를 사전 차단하라”고 주문하는 등 법무팀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법률자문·서류 송수신도 온라인으로
IT기반 법무정보시스템 눈길 한국전력 법무팀엔 로펌들도 부러워하는 '보물'이 있다. 최첨단 IT기반의 법무정보시스템(KEPLAW)이 바로 그것이다. 'KEPLAW'는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준비서면 등 법무서류 온라인 송수신, 완벽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일선 부서에서 법률자문이 필요한 경우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의뢰하면 관련 내용이 전자결제 시스템을 통해 법무팀은 물론 외부 로펌이나 자문변호사에 즉각 전달된다. 답변은 역순으로 이뤄지며, 일선부서로 즉시 전달된다. 특히 지금까지 준비서면 한 사례 데이터들이 모두 축적돼 DB를 검색하면 웬만한 법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법무팀의 설명이다. KEPLAW는 국내 유명 로펌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다. 김성민 법무팀장은 "법무서비스의 품질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일등공신으로 최첨단 'KEPLAW' 구축을 빼놓을 수 없다"고 자랑했다. 한국전력 법무팀의 또다른 파워는 외부 로펌과의 끈끈한 네트워크 구축에서 나온다. 로펌파트너는 법무법인 태평양, 세종, 화우 등이고, 19명의 개인변호사를 법률고문으로 하는 네트워크를 구성, 상시지원 체제를 갖추고 있다. 전국 모든 지사에 법무담당자를 둬 각종 소송리스크에 실기한 대처하도록 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관련기사



김홍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