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中 견제·발빠른 대응에 정부 역부족

■ 미얀마광구 생산가스 中에 전량 판매<br>中, 미얀마항구 개발·수송관 연결등 집중관리<br>국내 사용량 4~8년치…수급대란 조짐속 대책 시급<br>도입선 다변화 계획도 차질 "반면교사 삼아야"


최근 정부가 내놓은 해외자원 확보와 관련된 자료에는 미얀마 가스전이 빠져 있다. 지난 2006년 하반기에 우리나라 가스 사용량의 4~8년치를 확보했다며 자랑했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정부는 미얀마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가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사정이야 있지만 어쨌든 자원외교에서 중국에 다시 한번 패한 것이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력은 했다지만….”=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 가스전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힌 건 2006년 8월. 이후부터 중국의 견제는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구매권 결정에서 한국은 제외돼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중국이 미얀마 가스전에 눈독을 들인다는 소식을 접한 우리나라 정부도 부랴부랴 미얀마로 향했다. 지난해 2월 산업자원부 2차관을 단장으로 한 20여명의 정부 사절단이 미얀마로 날아갔지만 한국측 대표단이 도착하기 전 중국은 전세기를 타고 이미 자원외교를 마친 상태였다. 물론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한계도 있었다. 미얀마와 중국은 지정학적 위치상 떼놓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동남아의 자원부국 미얀마를 중국이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은 뻔했다. 더구나 천연가스의 경우 러시아 등 소수 지역에 집중돼 있는 만큼 중국 역시 수급을 다양화하는 게 필요했고 미얀마 가스전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중국이 미얀마의 항구를 개발하고 중국과 미얀마 서부를 연결하는 석유ㆍ가스 수송관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취지다. 중국은 특히 2007년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요가 전년 대비 288% 늘어 석유에 이어 LNG의 주요 수요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천연가스 확보대책, 서둘러야=미얀마 가스 직도입이 좌절되면서 중동이나 동남아 일변도의 천연가스 도입선을 다변화하겠다는 계획에 일단 차질을 빚게 됐다. 미얀마 가스전 2곳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4.5조~8.5조 입방피트로 이는 국내 가스 소비량의 4~8년치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었다. 이에 따라 천연가스 확보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최근 심심치 않게 들리는 말 중 하나가 천연가스 파동이다. 석유의 대체제인 천연가스 확보를 위해 각국은 LNG 방식이 됐건 파이프라인 방식 가스(PNG)가 됐건 확보를 위한 처절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지만 개발ㆍ생산 등 공급은 제한돼 가격만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유와는 달리 저장에 제약이 있는 천연가스는 수요와 공급의 비대칭으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민간 연구소에 따르면 전세계의 LNG 수요는 지난 5년간 매년 9.4%씩 급성장하고 있는 반면 저장ㆍ공급증설 등은 제한적이어서 도입가격은 1년 사이 배 가까이 오른 상태다. 지식경제부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 2006년에 이어 제9차 장기 LNG수급계획을 하반기에 내놓을 계획이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중장기계약을 통해 들여오는 물량이 전체 수요의 90%에 달한다”면서 “또 제9차 장기 LNG수급계획을 2006년에 이어 세우고 있는 만큼 최근 여건 변화를 모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가스 반면교사 삼아야”=자원외교를 통해 석유ㆍ가스ㆍ광물 등의 에너지를 확보하려는 정부는 이번 미얀마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관련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미얀마 가스전으로부터 LNG 방식을 통한 가스의 직도입은 한계가 있었다”면서 “다만 중국과의 외교전에서 밀렸다는 점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원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이 같은 일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에너지개발 전문업체의 한 관계자도 “솔직히 다음날 사인하기로 했는데 가보면 내용이 달라져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석유나 천연가스 보유국에 모든 힘이 쏠려 있는 만큼 사전에 정교히 준비하지 않으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석유공사의 한 관계자는 “나이지리아 광구를 확보할 때나 베트남 광구 개발을 성공한 뒤 생산까지 하는 과정에서 숱한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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