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어윤재 국가브랜드 위원장

"외환보유고 2,000억달러 두고 비싼금리 자금조달 맞지 않아"<br>국가브랜드, 대기업 경쟁력보다 떨어져<br>다문화 수용…잘 사는것보다 존경받는 한국 만들어야

◇약 력 ▦1945년 경남 진해 ▦1967년 고려대 경영학과 ▦1978년 미시간대 경영학박사 ▦1979년 고려대 경영대 교수 ▦1992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1996년 고려대 경영대학원장 ▦1999년 초대 국제금융센터 소장 ▦2001년 공적자금관리위원(장관급) ▦2003년 고려대 총장 ▦2005년 국민경제자문위 부의장 ▦2005년 일본 와세다대 명예법학박사 ▦2007년 중국 인민 대학 명예경영학박사 ▦2008년 국가브랜드위원회 준비위원장

어윤대(사진) 국가브랜드위원장은 "국가브랜드를 높인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국가경쟁력 강화"라며 "국격(國格)을 높여 우리 중소기업들이 만든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제값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 위원장은 또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는 삼성, 현대차, LG, SK 등 기업의 경쟁력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어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 위원장은 이어 "한국은 그 동안 잘사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세계인들에게 존경받고 사랑받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격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 위원장은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첫 대통령 보고대회에서 이 같은 구상을 구체화시킨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이다. -경제위기가 점차 심화되면서 국민들이 겪는 고통이 크다. 경제위기 극복과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것은 무슨 관계인가. ▦국가 브랜드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보는 이미지다. 삼성의 휴대폰, LG의 가전제품 등은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다. 이들 대기업들의 브랜드는 국가 브랜드보다 훨씬 높은 대접을 받는다. 삼성과 LG를 한국기업인지 모르는 외국 사람들이 상당수다. 코트라가 전세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국가브랜드의 가치를 물어봤다. 한국산이라는 이유로 기능과 디자인이 똑 같은 제품의 가격이 3분의 1이 디스카운트 되었다.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할 때 우리는 높은 가산금리를 물고 있다. 결국 국가브랜드가 낮아서 그런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해외 수출 규모는 3,700억 달러에 달했는데 당장 국가 브랜드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면 1,000억달러 정도의 추가 효과가 생긴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 결국 중소기업이 좋아진다. 독일이나 스위스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제품들도 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복합적이다. 한국에 대해선 분단국가 혹은 북핵을 먼저 떠올린다. 또 좋은 의미로는 다이내믹하고 역동적이지만 시끄러운 나라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긍정적인 부분으로는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휴대폰, 텔레비전, 김치 등이 있다. 여기에 우리의 고민이 있다. 긍정적인 것 못지않게 부정적인 요인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남북관계 문제가 터지면 애써 올려놓은 좋은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브랜드위원회 출범 전 맥킨지 등 컨설팅 기관들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높이는 방법으로 국가 브랜드 전략을 키워갈 것을 조언했고 나도 여기에 동의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공감했다. -우리가 내세울만한 국가브랜드는 어떤 것들이 되어야 하는가. ▦외국에서 한국하면 떠 오르는 것이 IT(정보기술) 제품과 근면성이다. 요즘에는 한류도 거론되고 있다. 압축성장과 민주주의 달성도 자랑스럽다.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는 앞으로 위원회 활동을 통해 계속 검토해나가겠다. -국가브랜드와 국가경쟁력의 관계는 무엇인가. ▦외국 기업인들이 국가브랜드위원회 발족에 대해 잘했다고 칭찬한다. 대통령 직속기관 중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국가 브랜드위원회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규제완화 등을 통해 경쟁력강화를 하는 것은 하드파워를 키우는 것이고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이미지, 국격 등과 같은 소프트파워를 집중적으로 만들고 관리하는 곳이다. -참여 정부에서도 국가이미지위원회가 있었는데 이것과는 어떻게 차별화 할 것인지. ▦이미지위원회가 정부 인사들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민간 중심이다. 위원회에는 정치학자도 있고 마케팅전문가도 있으며 기업에서 브랜드를 총괄했던 사람들도 들어와 있다. 정부측참여인사들도 형식보다는 실질을 중요시했다. 예전 같으면 장관이 위원회에 오면 산하기관장들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브랜드위원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면 지식경제부장관과 함께 코트라 사장이, 외교통상부장관과 국제협력단(KOICA) 총재,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관광공사 사장이 브랜드위원회에서 같이 참여해 난상토론을 벌인다. 형식과 의전을 중시하는 공직사회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국가 브랜드의 중요성을 간파한 것은 이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국내 유명 대기업의 그것보다 못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으며 그래서 이 위원회를 만들자고 했다. -민간에서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는가. ▦민간 기업에 부탁하니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했다. 10여명 가까이 온다. 삼성, LG, SK, 금호, 대한항공, 금호아시아나, 코오롱 포스코 등의 홍보ㆍ마케팅 전문가들이 브랜드위원회와 같이 공동작업을 할 것이다. 해외경험이 있고 해외마케팅과 브랜드 개발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정부에서 참여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기업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국가브랜드 가치가 낮아 겪었던 문제들을 해결하고 해외홍보 등에 네트워크도 가질 수 있어 환영하고 있다.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을 소개한다면. ▦뉴질랜드는 자국의 관광을 진흥시키기 위해 1,000억원을 썼다. 국내총생산(GDP)이 우리의 10분이 1인 것을 비교하면 1조원 가량의 돈을 사용한 셈이다. 중국도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최근 5조원의 사업계획을 세우고 집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위원회는 이 같은 관련 부처들의 사업들을 전략적으로 통합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각 부처의 업무집행을 평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과 지난 연말 '국회 해머사건' 등은 우리 국가이미지에 타격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상당히 많이 해외언론에 실렸다. 그만큼 국가 브랜드위원회가 해야 할이 많아 졌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결국 시민의식의 문제다. 어떤 면에서 보면 전통 유교문화의 도덕성을 다시 복원시켜야 한다. 그것이 곧 글로벌 스탠더드다. 중국은 2,000년전 중국의 공자사상을 다시 재조명하고 이를 전파시키고 있다. 과연 우리는 현 시점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반성하고 검토해야 한다.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한국사회가 극복해야 하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우리문화는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 문화다. 한민족ㆍ한국가로 되어 있어 응집력도 크고 단결력도 강하다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그러나 다문화 글로벌 시대에 있어 이것이 반드시 장점인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100만명의 외국인들과 함께 살고 있다. 앞으로 10~20년 동안 다문화에 대한 수용과 적용에 대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국가이미지를 높이는 궁극적인 방법은 어떤 것인가. ▦외국의 저명인사들이 한국에 오면 판문각에 자주 데려간다. 그것보다는 우리 산업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울산 현대자동차공장과 포항의 포스코 등 산업현장을 데려가야 한다.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는데 주력해야 한다. 또 한국사람이 외국에 나가면 존경받고 사랑받도록 해야 한다. 세계인으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는 한국을 만드는 것이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길이다. '아이 러브 뉴욕'이라는 유명한 홍보 카피처럼 세계인들에게 '아이러브 코리아'라는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 ■ 어위원장의 경제해법 "환율 착시 벗고 기업구조조정해 미래대비해야"
"1~2년후 일본기업에 압도당하며 2차 위기 맞을수도 있다"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외환위기 직후 만들어진 국제금융센터 초대소장을 지낸 국제금융계의 전문가다. 전공도 국제경영이다. 어 위원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제위기에 대해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전세계 90%이상의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해법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 당장의 위기보다 각국이 위기를 위해 쏟아 붇는 과잉유동성으로 1~2년 후 나타날 2차 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보고 있다. 어 위원장은 "우리 수출이 지난 1월 최악이라고 하지만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분) 효과를 감안하면 개별 기업입장에선 크게 나빠진 것들을 느끼지 못한다"며 "이 같은 착시현상은 우리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당장 일본의 기계산업 중심지인 나고야(名古屋) 등에서 관련기업들이 문을 닫고 있다. 엔화 강세가 자연스럽게 일본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 위원장은 "착시현상 때문에 우리 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할 경우 올 연말이나 내년 초 환율이 정상수준으로 하락하게 되면 구조조정으로 내실을 다진 일본기업들이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하면서 우리기업들을 압도할 것이다."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조조정의 방법에 대해서도 "인력감축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일자리 나누기(잡 쉐어링)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우리경제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구조 조정이다"라고 말했다. 어 위원장은 또 "경제위기를 맞아 소외된 자에 대한 배려, 잡 쉐어링 등 사회통합은 통합대로 하더라도 구조조정은 반드시 해야 하는 한국경제의 숙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국제금융의 전문가답게 우리의 외환보유고의 적정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최근 20억달러의 외화를 차입하면서 6.25%의 가산금리를 줬다"며 "결국 비싼 돈으로 빌려와서 싼 돈으로 운용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 같이 높은 가산금리를 지불함에 따라 국제 외환시장에서 우리의 외환보유고 2,000억 달러에 대한 '신뢰'를 잃는 것을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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