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조훈현의 실수
제8보(141~163)
노승일
고심 끝에 창하오는 41로 받았다. 이렇게 되자 심하게 쫓길 것 같던 상변의 백대마가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언제든 가에 끊으면 대마가 살므로 구태여 나의 연결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진 것이었다. 조훈현은 기분좋게 손을 돌려 42로 침입했다.
한국기원 검토실의 한국 기사들은 환호성을 올렸고 현지 검토실의 중국 기사들은 땅이 꺼지게 탄식을 했다.
“정말 조훈현의 승부 호흡은 당대 일류입니다. 창하오가 거의 다 이긴 바둑이었는데….”
루이9단이 고개를 홰홰 저으며 하는 말이었다. 만약 창하오가 이 판을 이기면 그는 생애 최초의 세계 타이틀을 따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판을 진다면 제3국에서 다시 단판승부로 타이틀을 다투어야 하는 것이다.
좌하귀의 패는 예정된 수순. 팻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창하오는 백54를 보자 즉시 55로 따내고 보았다. 백56에는 57로 지켜서 약간 흑이 불리한 대로 계가바둑이다.
그런데 너무도 기분이 좋아진 조훈현쪽에서 실수가 나와 버렸다. 백58이 그것이었다. 조훈현은 참고도의 흑1 이하 6을 기대한 것이었지만 창하오가 실전보의 58로 꽉 이어버리자 얘기가 이상하게 되고 말았다.
“도로 졌는데요.”
한국기원 검토실의 목진석이 이렇게 말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백58로는 59의 자리에 점잖게 따낼 자리였던 것이다.
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11/18 1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