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1월13일] <1241> 인공 눈


1946년 11월1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해발 4,267m 그레이록산 정상 부근에서 제너럴일렉트릭의 연구원 빈센트 섀퍼가 미세한 드라이아이스 알갱이를 산 밑으로 뿌렸다. 다섯 트럭분의 드라이아이스 입자는 섭씨 영하 2도의 상온에서 서서히 눈으로 변해갔다. 914m 지점부터는 육안으로도 눈이 보였다. 실험실에서만 가능했던 인공 눈이 사상 처음으로 자연상태에서 만들어진 순간이다. 독학으로 과학을 공부해 193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어빙 랭뮤어 박사와 함께 GE 연구실에서 인공 강우를 연구하던 섀퍼는 눈을 만들어냈으나 정작 상용화하지는 못했다. 인공기상 연구가 군의 용역으로 진행돼 보안에 막혔던 탓이다. 인공 눈의 특허와 상용화는 1950년 헌트라는 사업자가 해냈다. 방식도 섀퍼와 완전히 달랐다. ‘눈 대포(snow canon)’에서 물을 미세한 입자로 고압 분사해 땅으로 떨어지는 동안 얼어 눈이 되는 방식이었다. 요즘 제설기의 원리와 똑같다. 섀퍼와 헌트의 공통점은 비싸다는 것. 스키장에서 사용하는 제설기 가격은 1,000만원에서 4억원에 이른다. 국내 대형 스키장에서는 눈을 만드는 데만 하루 1,000만원가량을 수도료로 납부한다. 전기료는 별도다. 때문에 스키장 측은 해마다 폭설을 기대하지만 기후변화 탓인지 하늘은 갈수록 눈을 덜 뿌리는 추세다. 만년설로 뒤덮였던 알프스 스키장들이 제설기를 사용할 정도다. 유럽 환경단체는 인공 눈에 들어가는 화학성분이 토양의 균형을 깨뜨린다며 사용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며칠 있으면 스키 시즌이 열린다. 올해는 기름 값이 올라 다양한 제설장비를 사용하는 스키장의 제설 원가가 높아졌다. 스키어들의 부담도 늘어나게 생겼다. 설원의 낭만과 속도감에도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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