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출총제대안 따르라" 우회 압박

재계 "반대여론 차단 위해 재계에 승부수 띄운듯"<br>"中企도 살수있는 산업구조로 재편" 발언 파장 확산


‘순환출자 규제로 산업구조까지 바꾸겠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우회적이지만 순환출자 규제 등을 통해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구조 전환을 꾀하겠다는 의미의 발언을 연이어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성균관대학교에서의 강연에서는 “삼성ㆍ현대차그룹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에서의 (지주회사 전환의) 결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밝힌 데 이어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기업이 10~20개 있는 것보다는 그들이 잘 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중소기업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공정위원장이 나서 한국경제의 구조를 뿌리부터 바꿔놓겠다는 의지(?)를 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파문이 쉽게 가라앉기 힘든 구조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재벌,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의 결단 필요”=권 위원장이 재벌정책을 맡고 있는 수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에 대해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에서의 지주회사 전환 등의 결단을 우회적으로 요청한 데는 여러 가지 복선이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엇보다도 출총제 대안마련이 촉박한 가운데 재계와의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이는 권 위원장이 그동안 출총제 대안을 마련하면서 주요 그룹을 접촉해 반응을 살폈지만 삼성그룹이나 현대차 등의 총수나 경영진은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와 사업형 지주회사 전환을 ‘대안’으로 확정한 상태에서 두 그룹과 부딪힐 경우 공정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던 것. 그러나 대안으로 마련한 순환출자 규제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데다 정부안 마련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권 위원장이 우회적이지만 강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규제 통해 산업구조 바꾸겠다(?)=순환출자 규제를 산업구조의 개편과 연계시키는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순환출자 규제에 대한 필요성을 중소기업의 생존과도 직결, 순환출자 규제를 통한 산업구조 재편의 당위성도 설파하고 있다. 권 위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지난 93년에 5만개를 넘었던 중소기업이 지금은 1만5,000개로 줄었고 그중 종업원 500명 이상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곳은 8개밖에 안된다”면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국경제 구조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대기업이 순환출자를 통해 중소기업의 영역마저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인지 순환출자 규제의 당위성 중 하나로 유독 중소기업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규제를 통해서라도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개편, 중소기업도 살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연이어 “계열사간 출자를 통한 과도한 지배력 확장을 억제해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기술력이나 경영능력과는 무관하게 다른 독립ㆍ중소기업에 대해 경쟁상 우위를 가지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논의의 주도권을 잡고 여론을 움직이겠다는 의도로 이해할 수 있으나 공정위원장이 나서 한국의 산업구조를 중소기업 위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면서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權공정, 정통부·방송위·교육부 등에도 쓴소리
“없어져야할규제 끌어안고 있다”
기업 정책과 관련,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전선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출총제를 놓고 재정경제부ㆍ산업자원부와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보통신부ㆍ방송위원회ㆍ교육인적자원부 등을 대상으로는 '없어져야 할 규제들을 놓지 않으려 한다'고 공개비판하는 등 경제부총리가 해도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은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부처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권 위원장은 지난 3일 성균관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규제산업에 대한 경쟁 촉진과 관련, "경쟁당국으로서는 껄끄럽더라도 자꾸 얘기를 해야 된다. (이런 마찰은) 과도기적 현상으로 본다.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무도 공정위를 반기지 않는다고 토로한 뒤 "기업도 그렇고 규제당국도 그렇다"면서 "정통부ㆍ방송위ㆍ금감위ㆍ산자부 등이 관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경쟁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도 경쟁원리가 확산되지 않은 데가 많다"면서 "특히 통신ㆍ에너지ㆍ방송 등 각 분야에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규제가 하던 역할을 경쟁이 대신 하게 해야 한다"면서 방송ㆍ통신ㆍ에너지ㆍ보건의료ㆍ물류운송 5개 산업의 시장구조와 정부규제에 대한 기초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권 위원장은 네티즌과의 토론에서 "정통부ㆍ교육부ㆍ방송위 등은 없어져야 할 규제를 끌어안고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권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공정위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하지만 생각이 워낙 달라 제대로 된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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