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경쟁, 인류 발전 위한 '최고선'인가

'굶어 죽지 않는 사회' 만든 원동력… 기업가 키우고 新제품·서비스 창조

■ 나를 깨우는 33한 책(송복·복거일 엮음, 백년동안 펴냄)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무한 경쟁체제의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경쟁 자체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런던의 국립미술관 노동자들이 민영화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경제 통해 모두가 혜택 받아 경쟁체제 원치 않으면 떠나면 돼
무상정책, 도덕적 명분으로 포장… 세부담 늘면서 결국 소득 더 줄어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경쟁을 한다. 좋은 학교를 다니기 위해, 돈을 잘 버는 직장을 얻기 위해 그리고 명예와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 경쟁을 한다. 하지만 경쟁이 너무나 각박해지면서 오히려 삶의 우선순위가 바뀐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든다. 행복한 삶을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위한 경쟁으로 밀려간다는 것이다. 경쟁은 근대 자본주의의 산물은 아니다. 인류가 시작하면서부터 경쟁이 있었다. 하지만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발달에 따라 경쟁이 더 격화된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경쟁체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 나갈 것인가는 우리 사회의 화두다. 아래의 두 책은 경쟁을 보는 두 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시장경제와 인류의 발전을 위해 '최고선'이라는 쪽이 하나고, 제어하지 못할 경우에 인간성을 파괴하는 '악마'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하나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지만 경쟁을 바라보는 사고의 폭과 지평을 넓히는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저작물이다.


시장경제는 곧 경쟁에 다름 아니다. 시장경제는 경쟁을 통해 발전했고 지금도 그렇다. 이 체제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혜택을 받아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를 깨우는 33한 책'은 많은 저작과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처음에는 자유주의의 우월성을 설명하려는 것이었지만 결국에는 시장경제에 대한 변호에 바쳐진다.

예를 들어 보자. 흔히 시장경제는 승자독식 구조로 냉정하고 비도덕적이라고 비난받지만 이 책은 오히려 시장경제가 더 도덕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누군가 큰 소득을 올렸다는 것은 그가 타인에게 많은 것을 제공했음을 뜻한다. 시장경제의 도덕적 측면이 떠오른다. 많은 돈을 벌고 싶다면 다른 사람을 크게 도와주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은 범세계적으로도 이뤄진다. 무역을 통한 생산활동은 부를 가져온다. 규모의 경제성이 큰 사업일 수록, 국내시장의 규모가 작은 나라일수록 시장을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로부터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미국의 자동차 업체 빅3는 자사 자동차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소비자들은 일본차의 경쟁이 있기 전보다 훨씬 더 좋은 자동차와 경트럭을 소비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사유재산제도도 타인에게 이로운 용도로 재산권이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 "자신의 재산이나 또는 그 재산을 이용해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타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수록 그 재산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높아져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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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주장하기로는 일부의 시장경제에 대한 비판은 근시안적이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반값 등록금 등은 도덕적 명분과 정의로 포장돼 해당 정책이 실행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으로 관련 이해당사자들은 당연히 이익을 얻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눈에 보이는 효과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에는 상당한 재원이 들어간다. 이를 위해 불특정 다수인 국민이 세금을 낸다. 세금을 낸 만큼 각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이 줄어들고 그만큼 소비가 위축돼 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경쟁은 시장경제의 주역인 기업가를 키운다. 책은 키즈너의 '경쟁과 기업가정신'(1973년)을 예로 들면서 경제의 주인공은 기업가와 경쟁이라고 주장한다. 기업가적 발견과 경쟁이 가격을 비롯한 시장과정을 작동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기업가는 가격이 다른 두 지역을 살펴 이윤기회를 찾는다. 다른 사람보다 재빨리 움직여 싼 지역에서 사다가 비싼 지역에 판다. 기업가의 활동은 기본적으로 경쟁적이다. 즉 이윤은 기업가적 발견을 통해 새롭게 창조된 가치다. 이윤이 기업가에게 돌아가는 것은 도덕적으로 정당하다.

책은 다소 시니컬하기도 하다. 경쟁을 원하지 않으면 이 체제를 떠나라는 말을 서슴치 않고 내뱉는다. "당신이 경쟁을 포기하고 살더라도 굶어 죽지 않는 사회가 된 것 자체가 '경쟁사회'이기 때문이란 사실이다. 인류가 물질적으로 제대로 살기 시작한 것은 200년 남짓하다. 그리고 이러한 체제는 경쟁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런데도 일부 유토피아주의자들은 '고상한 야만인'이란,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존재를 미화하며 이들의 삶을 동경한다. 당신에게는 최소한 선택권이 있다. 그런 곳에 가서 그 같은 삶을 살면 된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의 '러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한다. "나르시시즘과 우울을 치료할 수 있는 최고의 약은, 도피할 길을 막고 현실에 맞부딪혀 투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나를 깨우는 33한 책'은 자유주의자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와 소설가 겸 사회평론가인 복거일이 함께 엮었다. 스스로 자유주의에 대한 입문서라고 한다. 책 제목처럼 총 33권의 자유주의 명저에 대한 33인의 서평과 해설을 담았다.

내용은 총 4부로 이뤄져 있다. 1부 '자유주의를 만나다'는 자유주의를 설파한 8권을, 2부 '바로 보는 대한민국 역사'는 대한민국 역사를 살핀 저작 5권을 각각 소개한다. 3부 '자유주의 거울에 비친 세상'은 자유주의라는 틀로 한반도의 실정을 살핀다. 마지막 4부 '우리는 어떻게 번영을 이루나'에서 시장경제와 경쟁의 유효성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한다. 이 책을 손에 놓으면 '자유주의'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그리게 된다. 1만5,000원.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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