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정의화 특별강연] 남북통일과 중국

정의화 국회의장이 18일 중국 외교부 산하 ‘외교학원’에서 남북통일과 중국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베이징=국회의장실 제공

정의화 국회의장

*남북 통일과 화해협력에 관심이 많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에 외교부 산하 ‘외교학원’에서 특강을 했다. ‘중국은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이끌어야 합니다’를 주제로 한 정 의장의 특강을 편의상 평어체로 바꿔 전문을 게재한다.


존경하는 친야칭(秦亞靑) 원장님, 교수 여러분, 내외 귀빈과 학생 여러분, 반갑다.

외교학원은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님의 큰 뜻으로 설립되어 다이빙궈(戴秉國) 전 국무위원을 비롯한 중국외교관의 요람이 되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을 짊어지고 나갈 미래의 외교관과 국제전문가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정말 영광이다.

중국이 지난 11월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데 이어 2016년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된데 대해 축하한다.

그리고 중국을 방문하는 세계 각국 국회의장 중에 대학에서 연설을 하기는 제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영광이다.

특별한 환대에 원장님과 학생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하다.

중국의 외교관은 세계 외교무대의 주역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제가 오늘 여러분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은 그 의미가 클 것으로 생각하고, 또 그렇게 되기를 저는 소망한다. 왜냐 하면 외교관들의 시각과 판단은 인류역사와 직접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잠시 소개할 일이 있다.

여러분 중에 元明 교체기에 여섯 차례나 고려국 사신으로 중국을 왕래한 포은 정몽주 선생을 아시는 분이 있을 것이다.

산둥성(山東省) 펑라이(蓬萊)시 덩저우(登州)박물관에 이분의 한중 교류 공적을 기념해서 세운 흉상이 모셔져 있고, 흉상 양쪽에 걸린 편액에 <睦隣友好交流先生> <儒家文化傳播使者>라고 새겨 있다. 이분은 14세기 말엽부터 600년 이상 한반도의 지배이념이었던 유교성리학의 태두이셨고, 고려와 조선의 한반도 왕조 교체 과정에서 불의의 죽임을 당한 역사적인 忠節이었다.

저는 이분의 직계 20대 후손으로서, 이분에 대한 존경과 흠모의 마음은 그대로 저의 정치이념이자 철학이 되었다.

그것은 바로 和, 조화와 평화의 정신이다.

제 이름이 義和입니다만, 저는 화를 중시하고 중용의 정치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동북아의 和를 위해서는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저도 정몽주 할아버지처럼 되고 싶은 것이다.

근래에 한국과 일본 관계가 매우 경색되어 있습니다만, 제가 지난 10월 말 일본을 방문해서 일본 정치지도자들에게 강조한 것도 바로 이 和의 정신이었다.

주역(周易)에 보면 ‘의로써 화를 이루는 것이 이득이다.’(利者 義之和也)라는 말이 나온다.

저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21세기 문명시대를 맞아 의로써 화를 이루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의와 신뢰가 충만한 가운데 조화를 이루고, 의로써 화를 이룰 때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공존은 물론이고 나아가 인류에 공헌하는 아시아 시대가 열릴 것이다.

21세기는 19세기나 20세기처럼 전쟁을 일삼던 세계가 아니라 문명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문명의 시대는 문화를 꽃피우고 문화를 교류하고 인의예지가 중심이 되는 진정한 인문의 시대인 것이다.

21세기 문명의 시대를 맞아 각국이 경쟁적으로 경제를 부흥하려는 이유가 세계의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인류를 구제하고 각국의 국민들이 다함께 더불어 잘살기 위해서라야 한다.

경제를 일으키는 이유가 핵을 개발하고 군사무기를 양산하여 패권주의 국가가 되거나, 과거의 독일이나 일본처럼 군국주의 국가가 되어 다른 나라에 위협을 주기 위해서라면 그것은 인류를 멸망으로 인도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름 이야기가 나와서 한 말씀 더 드리겠다.

얼마 전에 고명하신 한국사회의 한 지도자께서 저를 ‘중도의 정치가’라고 평하시면서 아호를 지어주었다. 中山이다. 저는 한편 놀랐다.

여러분과 우리 모두가 존경하는 孫文 선생님의 아호와 동일한 바로 그 中山이다. 중국방문을 앞두고 젊었을 때부터 흠모하던 손문선생님의 아호를 받아 참으로 길조구나 생각했다.


저도 손문 선생님처럼 원래 의사였다. 정치하기 전에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신경외과의사였는데, 논어의 공자님 말씀대로 大醫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정치의 길을 들어섰다. 의사출신이셨던 손문 선생님처럼 세상을 고쳐보기 위해서 험난한 정치인의 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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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中山이란 호를 받은 이상 孫中山 선생님의 이름을 부끄럽게 하지는 말자, 하고 마음을 먹고 있다. 동북아에서 和의 정치를 실현하는데 제 모든 힘을 바치고자 한다.

저는 그동안 중국을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가깝게는 지난 2010년 ‘초당파국회의원대표단’을 이끌고 왔었고, 2011년에는 全人大 초청으로 한중 정기교류 대표로 사천성과 베이징을 방문했다. 그런데 중국에 올 때마다 매번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중국의 발전상이 그만큼 눈부시기 때문이다. 오늘날 중국은 세계 최대의 무역국가이다. 최근에는 IMF가 구매력 평가기준으로 중국경제가 미국에 앞서게 되었다는 내용의 발표를 하였다. 다른 나라보다 출발은 조금 늦었지만, 첨단산업과 IT 분야에서도 중국은 이제 세계를 이끌고 있다. 거대한 중국대륙을 세계 최고의 고속도로와 고속철도가 달리고 있다.

퇴임하면 우선 미처 못가본 대한민국의 곳곳을 돌아보고, 다음으로는 열차를 타고 중국의 역사가 숨 쉬는 곳과 아름다운 자연을 모두 둘러보고 싶은 것이 저의 꿈이다. 한국과 중국 두 나라 국민이 서로 편안하게 왕래하게 된지 이제 불과 20여년에 불과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중국은 가히 상전벽해를 이루었다. 선전(심천)에 특구를 조성한지 34년, 유명한 남순강화(南巡講話)로부터 30년 만에 중국국민들은 이 인류사적인 위업을 달성해 냈다. 이 자리를 빌려 중국국민들과 지도자들께 진심으로 찬사를 보낸다.

이제 저는 여러분과 함께 중국이 어떻게 이 같은 성장발전을 짧은 기간 동안에 이룰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이끌어 온 역대 지도자들의 혜안과 영도력, 그리고 국민들의 일치된 노력과 함께 또 하나의 결정적인 요인이 있었다고 저는 생각한다. 지난 60여 년 이상 지속된 동북아 정세의 안정과 평화가 바로 그것이다.

1953년 한국전쟁 정전 후, 비록 냉전체제는 80년대 후반까지 계속되었지만 동북아에서는 평화와 안정이 지속되었다. 1950년대의 시점에서 동북아 3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다. 일본이 비록 19세기말부터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근대화를 이루었다고는 하지만, 패전과 함께 완전히 황폐화된 상태였다. 우리 한국과 중국은 어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경제사회적으로 후진상태였다. 그러나 지난 60여 년 동안 정세의 안정 속에서 동북아 3국은 15년~ 20년의 시차를 두고 세계사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번영은 평화 위에서 이루어졌던 것이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동북아 패러다임 변화의 明暗을 동시에 보고 있다. 한중일 3국, 특히 중국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의 대립과 갈등요인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북한 핵문제를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영토·역사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중일 3국은 과거 역사를 직시하면서 미래를 위해 현재의 우리가 해야 할 도리가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 한중일 3국이 지혜를 모아 동북아 평화를 위한 길을 찾지 못하면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저는 동북아 평화의 길은 의로써 화를 이룸으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친구들에게서 부당한 일을 당하고 집에 왔을 때 제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그 친구에게 아름다운 복수를 하라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말씀하신 아름다운 복수의 의미는 “그 친구를 용서하고 네가 더욱 열심히 노력하여 그 친구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뜻이었다.

우리 3국도 만약 과거의 잘못이 있다면 서로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 용서하고 화를 이루어 가는 가운데 더욱 훌륭한 나라를 건설해야 한다. 그것이 和의 길이다. 제가 말하는 훌륭한 나라는 군사적으로는 자국의 안위를 지킬 수 있고, 내부적으로 신뢰가 충만하며 부정부패가 적으며,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그런 나라이다. 한중간의 관계를 전반적으로 볼 때 우리 양국의 미래, 특히 청년들의 미래는 한 없이 밝다고 저는 확신한다.

요즈음 서울은 중국의 어느 거리로 착각할 만큼 수많은 중국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어 깜짝 놀랄 정도다. 제 고향 부산의 남포동이나 해운대도 마찬가지다. 올해 서로 왕래한 두 나라 국민이 거의 1,0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를 얼마 전에 보았다. 베이징의 왕푸징(王付井) 거리, 상하이의 난징루(南京路), 황산(黃山)과 장지아지에(張家界)를 비롯한 명소에는 한국국민이 가득하다. 중국음식에 중국 맥주와 백주를 곁들이는 것은 이제 서울의 새로운 풍속이 되고 있다. 하루 120편이 넘는 여객기가 두 나라 주요 도시에서 이륙하고 있다. 두 나라 교역액은 2,300억불에 달하고 있고, 얼마 전에 타결한 FTA가 발효하면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지난 2003년 10월, 아시아 최초의 우주인 양리웨이(楊利偉)를 태운 선저우(神舟) 5호가 임무를 마치고 귀환했을 때, 또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올림픽 사상 가장 성대하게 개최되었을 때, 우리 한국국민은 마음으로부터 박수를 보냈다. 한국국민은 중국국민의 성공을 우리 아시아인 모두의 성공으로 생각했고, 진정으로 기뻐했던 것이다. 알리바바(阿里巴巴)와 마윈(馬雲) 회장은 한국 젊은이들의 우상이다. 이처럼 두 나라 청년들은 친구가 되었다. 앞으로 두 나라 청년들이 합작한 세계적인 혁신기업도 나올 것이고, 인류의 삶을 변화시킬 새로운 과학기술도 함께 만들어 낼 것으로 저는 믿고 있다. 여러분의 할아버지 세대, 그리고 제 세대는 여러분에게 이 토대를 만들어 주었다.

미래는 젊은 청년들의 몫이다.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역사, 더욱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야한다. 두 나라 청년들이 손잡으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에게는 마음의 벽이 없고, 한국과 중국은 정신문화의 뿌리가 같다. 우리는 수천 년을 통하여 문화와 학문을 교류했으며, 義와 和를 가르쳐 주신 스승을 함께 모시고 있다.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전통가치는 우리 두 나라 국민 공통의 정신적 자산이다. 21세기의 한중 청년들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중 양국이 더욱 굳건한 동반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계속 발전하고 있는 교역과 교류협력 외에 문화예술과 인문학을 비롯한 학문 교류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 긴요하다.

특히 인문학 분야의 공동연구협력은 우리 아시아의 가치와 철학을 인류사회에 적극적으로 뿌리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19세기와 20세기를 불행하게 했고, 특히 우리 두 나라를 고통에 빠뜨렸던 패권주의나 新군국주의를 예방하는 길이기도 하다. 808字의 공용한자를 새로운 交隣의 출발점으로 하자는 최근 한중일 3국의 논의는 참으로 훌륭한 것이었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제기되어 온 <아시아 칼리지>와 동북아 공동커리큘럼 개설 문제에 대해서도 이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역사 교과서 문제도 그러하다. 서로 다른 왜곡된 역사를 배우게 되면 미래에 3국의 젊은이들이 서로 갈등할 수 있다. 3국의 저명한 역사학자들이 근세사만이라도 같은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함께 작업을 시작하도록 지도자들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그런 한편으로 우리는 허심탄회한 협력이 가능한 다른 분야, 예를 들어 에너지와 환경문제, 저개발국가에 대한 공동의 개발협력, 대규모 재난 공동구조 사업 등의 연구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저는 한국국회에서 <한중우호조약> 체결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를 넘어 한중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저는 이것을 ‘우호의 연대’라고 칭하고 싶다. ‘한중 우호연대’ 관계는 한반도 비핵화 공조, 통일한국의 비전 공유, 그리고 다자안보협력 추진 등 양국 간 이슈들을 포괄적으로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 문제가 양국 간에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기를 저는 희망한다.

여러분,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에 일본과 러시아가 전쟁을 벌였다. 그런데 그 戰場은 일본도 러시아도 아니었다. 전쟁터는 뤄순(旅順)과 펑톈(奉天)을 비롯한 만주 일대와 인천을 비롯한 한반도, 그리고 대한해협이었다. 일본군과 러시아군은 중국과 한반도에서 싸웠던 것이다. 앞으로는 다시는 우리 동북아에서 이런 일을 겪지 않아야 한다. 중국과 한국만이 아니라, 어떤 아시아 국가도 19세기와 20세기의 그 고통은 다시 겪지 않아야 한다. 한 나라, 한 국민에게 好機는 자주 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여러분 대부분은 앞으로 외교관으로서, 중국의 공직자로서 살아가게 되겠지만, 공직자로 살아가면서 나라의 역사적 호기를 만나는 것 자체가 엄청난 행운이다.

지금 우리 양국은 역사적인 호기를 맞이했다. 세계사의 大運이 아시아와 동북아에 와 있다. 우리는 이 호기를 잘 키워서 번영의 길을 더욱 넓혀나가야 한다. 우리는 和의 정신으로 아시아 모든 인류가 번영의 결실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일은 안정과 평화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다. 평화 없는 번영은 있을 수 없으며, 번영 없는 평화도 유지될 수 없다. 평화와 번영은 결국 같은 말이며, 역사라는 수레의 양축이다. 여러분 중에 많은 분이 외교관이 되실 것이다. 외교관이 아니더라도 국제친선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분에게는 많을 것이다.

여러분의 첫째 사명은 바로 평화와 번영을 지키는 것이다. 한때의 평화와 한때의 번영이 아니라,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의 주인공이 되어주시기를 부탁한다.그것을 위해 국가 간에도 이기적이 아니라 이타적이어야 한다.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한이 평화적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북한이 정상국가로 탈바꿈 할 수 있도록 우리 양국이 노력해야 한다.

학생 여러분, 저의 이러한 시각은 시진핑 주석께서 최근 <화평 발전 협력 상생>의 기치를 높이 들고 평화발전의 길을 확고히 견지하자는 중국 외교의 종합적 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변국들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大國으로서의 책임을 다 하겠다는, 참으로 훌륭한 방침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저는 또한 <국가의 대소, 강약, 빈부에 상관없이 모두 국제사회의 평등한 일원으로 세계의 운명을 각국 인민들에게 맡기는 한편 국제사회의 공평과 정의를 수호할 것>이라는 말씀에 주목한다. 이제 우리는 한반도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눌 때가 되었다.

동북아 번영의 최대 과제는 한반도 통일문제이다. 한반도 통일은 한반도만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 공동번영의 절대적인 전제조건이자 마스터키가 될 것이다. 한반도 통일은 동북아 전체 군비축소의 출발점이 될 수 있고, 세계 최대의 화약고를 평화 공영의 완충지대로 만드는 길이다.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발전을 위해서도 한반도 주변정세의 안정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중국의 입장에서 동북방에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나라가 있다는 것은 항구적인 번영에 결정적인 장애요인이 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은 중국에게 상상 이상의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통일한국이 등장하면 중국의 동북지역은 상하이나 광둥 못지않은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동북지역은 한반도 통일의 최대 수혜지역이 될 것이고, 경제적으로 한중관계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여러분, 북한이 현재의 모습대로 남아 있는 한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동북아공동체, 나아가 중국의 꿈(中國夢)도 결코 안정적인 토대 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한반도 통일이 동북아의 마스터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한민족의 입장에서,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이룩해야 할 숙원이며 역사적으로도 지극히 순리다. 지난 70년 가까운 분단의 기간은 한반도 역사에 비추어 보면 잠시에 불과하다. 한반도는 7세기 후반부터 천년 넘게 통일국가를 유지해 왔다. 세계에서 극히 찾아보기 힘든 지역의 하나다.

그러나 분단과 전쟁을 거치면서 1천만 이상이 남북으로 갈라진 채 아직도 가족 간에 서신조차 주고받지 못하고 있다. 오래 전에 돌아가신 제 장인어른은 평양에서 의사로 계시다가 남쪽으로 내려온 분이었다. 그분 소원이 통일의 날이 오면 평양에서 할아버지가 경영 하시던 봉생의원 그 자리에 다시 병원을 여는 것이었다. 그분이 못 이루신 그 작은 소망은 이제 저의 몫이 되었다. 제가 신경외과의사로서 온전한 기능을 할 수 있을 나이에 한반도 통일이 되면, 여러분은 평양 어느 거리의 조그마한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한국의 전 국회의장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최대 현안은 북한 핵문제이다. 북한 핵은 한국 뿐만 아니라 역내 모든 국가들의 사활이 걸린 핵심문제다. 중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북핵은 절대로 용인될 수 없다.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한국은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경제개발을 최대한 도울 것이다. 모든 한국국민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자리를 빌려 저는 그동안 남북의 평화통일을 지지하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중재외교를 펼쳐온 중국정부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그러나 북한은 계속해서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개발하고 있다. 많은 한국국민들은 중국이 북한에게 핵 포기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올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6자회담을 비롯하여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성과에 대한 부담으로 6자회담 본회의를 열기 어렵다면 예비회담이나 비공식회담 형태로 일단 대화의 문을 열 필요가 있을 것이다.

통일한국은 반드시 非核 平和 開放의 나라가 될 것이다. 통일한국은 동북아를 비롯한 세계적 긴장완화와 교류협력 강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에게는 中國夢이 있고, 한국국민에게는 한국의 꿈이 있는데, 두 꿈은 같은 것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한 필수조건은 바로 평화와 번영이다.

존경하는 원장님과 교수님 여러분, 학생 여러분,

21세기는 문명의 시대다. 21세기의 세계는 동북아의 깊은 정신이 이끄는 문명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19세기와 20세기 중반까지의 쓰라린 역사를 잊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두 나라는 그것을 새로운 미래를 향한 에너지로 만들고 있다. 지금 세계인은 동북아를, 특히 중국을 주시하고 있다. 역사의 진정한 승리자는 평화와 번영을 이끄는 나라다. 문명국가는 그 정신과 문화를 인류역사에 영구히 남긴다. 저는 21세기의 중국이 바로 그 길을 걸어갈 것을 확신한다. 감사하다. /정의화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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