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계 “환리스크 줄이자” 비상

◎시설재 도입·외화차입 가능한한 연기/결제통화 마르크 등 제3통화로 변경/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걸림돌 작용도미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당초 예상보다 급등하면서 주요기업들이 환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책마련으로 고심하고 있다. 특히 재계는 환리스크에 대한 우려와 함께 사업계획 수립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인 환율이 불안정해 본격적인 신년 사업계획 마련에 나서는 이달 하순들어서도 이를 추진하지 못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단 주요 기업들은 시설재 도입이나 외화차입을 가능한 한 미루고 결제통화를 마르크화 등으로 변경한다는 원론적인 대책에서 맴돌고 있다. 업계의 환비상은 환차손보다 내년도 사업계획의 마련이다. 매년 이맘때면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을 시작했던 삼성, 현대 등 주요 그룹들은 『불투명한 환율전망이 경영전략 수립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아직까지 작업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제 환율시세 변동이 너무 심해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다』면서 『특히 적정 환율과 시장환율과의 균형점을 찾기 힘들어 새해 경영전략 수립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각 계열사별로 관리해 온 환율대책을 그룹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삼성은 우선 결제통화를 가능한 한 원화나 달러화가 아닌 제3의 통화로 바꾸고 원화가치 하락으로 가격경쟁력이 유리해진 주력 수출품목의 수출확대를 적극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또 시기적으로는 조금 늦었지만 이달말까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지침을 계열사에 내려 보낸뒤 10월말이나 11월초까지 사업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현대그룹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년 9월 중순이면 신년 사업계획에 적용할 환율지침을 만들어 각 계열사에 내려 보냈으나 올해는 아직까지 이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계열사들의 내년도 사업계획 확정시기가 늦어지면서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그룹은 보고 있다. 그러나 현대는 환율상승에 따른 채산성 개선효과를 수출증대로 이어간다는 전략아래 수출확대방안을 강구하는 등 환율변동을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LG그룹은 경제연구원이 중심이 돼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고심중이다. LG는 신년 사업계획 수립에 필요한 환율전망(내년 연말기준 1달러당 8백80원)을 각 계열사에 내려보냈으나 환율전망 추이를 보아가며 수시로 수정한다는 「단서」를 달아 놓은 상태다. 대우그룹도 원화하락에 따른 수출확대라는 기대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은데다 내년 환율 전망치를 결정하는데 많은 변수가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우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수입대금 조기결제, 연지급 자제와 수출네고 연장 등 환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편 결제통화인 달러값 상승이 지속돼 환차손과 외채부담 증가라는 「이중부담」을 안고 있는 정유·항공·해운업계는 각 사업본부 구매담당부서에 결제통화를 제3의 통화로 바꾸고 선물환거래를 확대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내는 등 추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이것도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할 뿐 장기적으로는 효력이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환율상승에 따른 원가부담 요인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대응책 등을 내놓고 있으나 이런 상태라면 효율적인 대책은 없다』고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고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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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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