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000년 경제 10대뉴스] 국제

[2000년 경제 10대뉴스] 국제 ▶ 美 법정공방끝 부시 당선 지난 11월7일 실시된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이후 대통령 당선자를 가리기 위한 35일간의 우여곡절 끝에 차기 백악관 자리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에게로 돌아갔다. 새천년을 여는 대통령이란 점 때문에 관심을 끌었던 43대 미 대선은 민주ㆍ공화 양당 지지자간 첨예한 대립과 지리한 수개표, 사상 초유의 법정 공방을 일으키며 역사에 기록될 접전이자 미국 정치사의 오점으로 남게 됐다. 때문에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아들인 부시 당선자는 미국 사상 두번째 부자(父子) 대통령이라는 것 외에도 연방대법원 덕분에 대권을 쥐게 됐다는 수식어를 안게 됐다. ▶ 나스닥 사상 최악 하락 세계 각국 증시가 미 나스닥지수의 변동을 쫓아가기 급급했던 올해 나스닥증시는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말 4,000선 고지를 넘어서며 장밋빛 기대를 안고 출발했던 나스닥지수는 지난 3월10일 5,048포인트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수직상승을 거듭했다. 그러나 지수상승을 주도했던 인터넷, 반도체, 통신, 컴퓨터 등 주요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5월 한때 3,000선이 붕괴되기도 했으며 연말에는 2,000선에 근접하는 초약세로 한 해를 마쳤다. 나스닥의 급락은 미국 경기둔화와 맞물려 2001년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유가폭등 '오일쇼크' 위기감 세계 주요 지역의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면서 수요가 급증, 세계 석유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올들어 3차례에 걸쳐 생산량을 늘렸지만 치솟는 유가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미국 뉴욕시장의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이 9월 한때 배럴당 37.80달러까지 치솟은 데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동에 전쟁의 불씨가 지펴지면서 3차 오일쇼크 발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기도 했다. 한편 유가급등에 따라 산유국과 석유수입국의 명암은 극명히 엇갈렸다. 러시아, 사우디 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은 고유가 덕택에 경제에 숨통이 트인 반면 대다수 수입국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했다. ▶ 클린턴 종전후 베트남 첫 방문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전 종전 이후 25년만에 미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 양국간 관계개선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베트남 방문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2억달러 규모의 개발원조를 약속하는 등 베트남인들에게 전쟁의 상처를 덮고 우호, 협력하자고 당부했다. 베트남 정부도 실종미군 유해발굴작업을 지원하고 메콩반도내 미국의 활동거점인 국제개발처(USAID) 개설을 25년만에 허용하는 등 유화조치를 발표했다. 양국의 화해는 국제무대에서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는 사실과 경제적 이해관계의 도모가 정치적인 긴장관계를 해소시키는 데 가장 중요하다는 현실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 AOL-타임워너 합병 세계 최대 인터넷서비스업체인 아메리카 온라인(AOL)과 미디어그룹 타임워너가 1월10일 합병을 발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전문가들은 양사가 합병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인프라를 갖춘 데다 막강한 컨텐츠 공급력을 결합, 시장에 메가톤급 파급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합병선언 이후 양사는 1년 가까이 규제당국과 합병승인을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벌여야 했다. 거대기업의 탄생으로 공정한 경쟁이 제한받을 것을 우려한 규제당국이 제한조건을 까다롭게 내세웠기 때문. 10월과 12월 각각 EU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심사를 통과한 두 회사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이 늦춰져 결국 통합사 출범을 2001년으로 미뤄야 했다. ▶ 닷컴기업 급속한 몰락 인터넷의 확산으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로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인터넷 기업인 '닷컴'들에게 올해는 천국과 지옥이 동시에 펼쳐진 한 해였다. 올 봄까지만 해도 사업계획서 하나만으로 수천만달러 이상의 투자자금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었지만 닷컴 역시 영리를 목적으로 수익을 올려야 하는 자본주의 기업의 대전제를 넘어서지 못했다. 부닷컴을 필두로 운영자금이 고갈돼 문을 닫은 기업이 줄줄이 나타났으며 대다수 인터넷기업의 주가는 최고치에서 90% 이상 빠지며 곤두박질쳤다. 화려한 사업전망보다 안정적인 수익모델의 마련이 결국 기업생존의 필수조건임을 새삼 각인시켜준 셈이다. ▶ 게놈지도 초안완성 인간 유전자지도 분석을 이끌어온 다국적 컨소시엄인 인간게놈프로젝트(HGP)와 민간 유전 정보회사인 셀레라사는 지난 6월 26일 인간유전자 지도 초안을 완성했다고 공동 발표했다. 이 발표를 접한 세계 각국은 종래의 예방ㆍ진단ㆍ치료 의학이 송두리째 바뀌어 질병치료법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인간 수명이 크게 연장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또 향후 경제성장의 동력이 정보기술(IT)에서 바이오산업으로 전환될 것이란 예측이 속속 나오며 세계를 바이오벤처 열풍을 휩싸이게 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유전자 지도에 대한 특허권 문제와 인간복제ㆍ개인 유전정보 유출 등 사회렝구?적 문제에 대한 논란도 촉발했다. ▶ 美, 中과 항구적 무역협정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 10월 중국에 대한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법안에 서명, 중국과의 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5월 하원에서 통과된 이 법안은 이후 상원에서 통과되기까지 넉 달이 소요될 정도로 논란을 겪었으나, 국제화와 개방의 물결은 결국 중국과 미국의 무역 관계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에 자국 시장을 개방하는 전제하에, 최혜국대우(MFN)를 받기 위해 해마다 미 의회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다른 미국의 무역상대국들처럼 낮은 관세로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 타이완, 50년만의 정권교체 타이완 50년사를 장식했던 국민당의 장기 집권은 지난 3월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이 총통으로 등극하면서 막을 내렸다. 중국의 불만과 전쟁 위협 등 양안관계의 긴장 고조 우려에도 불구, 국민당 정권의 부패에 염증을 느낀 타이완 국민들은 변화와 개혁을 선택한 것. 하지만 국민당이 반세기 동안 지켜온 아성을 무너뜨린 천 총통은 당초 기대와는 달리 정정 불안과 이로 인한 경제난을 막지 못해 궁지에 몰렸다. 천 총통은 취임 반 년도 채 안돼 실망한 국민들의 지지 하락과 야당의 탄핵 압력에 시달리는 위기에 직면했다. ▶ 페루, 후지모리 대통령 하야 페루의 일본인 이민 2세 대통령, 알베르토 후지모리가 궁지에 몰린 끝에 지난 11월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지난 90년 사회 개혁을 외치며 대통령직에 오른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라는 불명예 속에 10년 권좌에서 물러났다. 그의 하야는 지난 9월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 국가정보부장이 부정축재와 인권유린 혐의로 수사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예상된 일이긴 했지만, 회의 참석차 방문한 일본에서 돌연 날아든 사임 발표에 페루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페루는 내년 4월 선거를 거쳐 7월 새 대통령을 맞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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