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환시장의 불안기류(사설)

가파른 환율 인상으로 외환거래가 크게 줄고 외환시장이 썰렁해졌다. 금융계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올해 외환시장의 하루평균 은행간 거래규모가 17억1천7백만달러로 작년의 19억8천만달러보다 13.4%가, 94년의 20억8천2백만달러보다 17.5%가 감소했다.95년 이래 경상적자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고금리 덕분에 외국자본이 유입돼 환율을 안정시켜왔다. 그러나 고금리로 인해 밀물로 작용하던 외자유입이 이제는 썰물로 바뀌었다. 경상적자가 날로 불어나고 자본거래로 환율을 안정시키는데는 한계가 있어 올들어 가파른 환율인상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태가 좀더 심화되면 95년초 멕시코와 비슷해질 것이 우려된다. 그러나 다행히 달러가 약세로, 엔저가 엔고로 돌아설 조짐이어서 우려를 덜게 하고 있으나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원화가치 급락으로 국내기업들은 막대한 환차손에 따른 외채상환과 수입대금 결제부담이 급증했고 수출과 내수부진, 고금리와 증시침체까지 겹쳐 돈가뭄이 심각하다. ○위축일로의 외환시장 이같은 현실은 정부와 기업이 다같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방만한 외환거래와 금리운영을 한 결과다. 물론 환율불안은 달러의 초강세와 엔저가 빚어낸 것이지만 우리는 그같은 환율변동을 예견,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했던 것이다. 국제금리 변동은 얼마간은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미국경제가 연5% 성장으로 호황이어서 금리가 오르는 바람에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고, 일본은 불황과 저금리로 엔저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예측 가능했던 일이다. ○거꾸로 간 외환정책 그러나 우리는 95년초 한은이 별안간 통화긴축조치를 취해 모처럼 하향안정세로 가던 금리를 인상시키고 기업의 자금사정을 크게 어렵게 했을 뿐 아니라 외자유입을 가속화시켜 원화를 오히려 절상시켰던 것이다. 그후 달러의 초강세가 시작되면서 원화가 약간 하락했으나 5월말을 기준으로 95년에서 96년까지 1년 사이 2.3% 하락에 불과했던 반면 엔화에 대해서는 18%나 상승해 대외경쟁에 부담을 가중시켰던 것이다. 또 재벌들은 방만한 투자확대를 통해 95년의 투자율을 무려 37.1%로 높였고, 그것도 손쉬운 외자에 의존했으며, 정책당국은 상업차관과 현금차관까지 허용하며 외자도입을 부추겼다. 그러나 금년들어 금리인하에 힘쓰고, 특히 10월들어 경쟁력강화를 위해 금리인하를 가속화하면서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데다 경상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환율이 오르게 된 것이다. 기업들은 환율이 올라 외채상환 부담이 커질 것을 예상해 과잉투자와 외자의존을 자제했어야 했다. 이제 와서는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이미 설비투자를 확대한 중공업부문의 자금수요를 당장 감소시키는 것은 무리다. 사전에 외환수요를 억제하고 외화를 벌지 못하면 쓰지 않는 안전운행에 노력했어야 했다. ○금리·환율 혼합 기민하게 올들어 환율변동폭이 하루평균 2원7전으로 94년의 99전, 95년의 1원85전보다 커졌고 그 결과 환율인상폭과 함께 환차손의 위험이 커지자 외환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우리는 외환관리를 더 자유화해야 하며 환율변동폭 제한도 더 풀어야 한다. 미국대통령 선거 이후 달러가 약세로 반전하고 있으므로 원화 절하도 다소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금리가 계속 하락하면 외자유입은 저해를 받는다. 금리와 환율을 동시에 하락시키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 두개의 정책변수는 혼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정책방향이 국내안정이냐, 국제균형이냐를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택일을 해야 한다면 국제시장을 따라가는 것이 현명하다. 오늘의 어려움은 미국과 일본이 상반된 금리조작으로 환율이 급변할 때 우리가 금리와 환율정책을 제대로 혼합하지 못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달러가 약세조짐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전철을 교훈삼아 금리인하가 하향안정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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