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은 지난 24일자에 저금리 여파로 수입이 줄어든 서울시 내 장학재단 가운데 처음으로 문을 닫는 곳이 나왔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장학재단이 지역에 모세혈관처럼 퍼져 정부 지원에서 벗어나 있는 학생들을 더 많이 돕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리·감독하는 시 교육청이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책을 내놓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시 교육청은 장학재단의 정확한 수치 파악이나 수혜학생 규모 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한 실무자는 장학재단이 서울시 내에 몇 개나 있느냐는 질문에 당장 답을 못하고 하루 뒤에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이 실무자는 다음날 "1,189개"라고 했다가 이틀 뒤 다시 "10월 현재 767개"라고 수정했다. 장학재단의 출연금 규모나 연간 이자수익, 수혜학생 현황 등은 전혀 파악이 안 됐다. 또 다른 실무자는 "솔직히 현황 파악을 해놓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경제 보도가 나간 직후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상황 파악을 지시한 뒤에야 실무자들이 현황을 집계하느라 한바탕 부산을 떨었던 모양이다. 우리 사회가 안전사고가 터지면 그제야 허겁지겁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후진적인 시스템을 시 교육청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지역에서 하던 일인데 본청에서 도맡아 하다 보니 이제 겨우 정착돼가는 단계여서 그렇다"고 궁색한 답변만 내놓았다. 그런데 장학재단 업무를 맡은 지가 3년이 넘었다는데 이 정도면 솔직히 세금이 아깝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시 교육청의 해명자료다. 교육청은 해명자료를 통해 "해당 부서는 기자와 위 보도내용과 같은 인터뷰를 한 사실이 없다"고 거짓 해명했다. 장학재단 담당 부서는 1·2팀으로 나뉘어 있는데 1팀은 강남 지역을, 2팀은 강북 지역을 담당한다. 그런데 해명자료를 낸 곳은 2팀이고 기자가 1팀 관계자와 통화를 했으니 해당 부서인 2팀은 기자와 인터뷰한 사실이 없다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거짓 해명을 한 것이다.
"장학재단이 당초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정도만 지도하고 관리하고 있지만 수혜 대상자 규모 등에 관한 자료는 파악해놓고 있지 않다"고 통화한 시 교육청 공무원은 과연 유령이었단 말인가. 조 교육감 취임 이후 잇단 진보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 교육청의 일 처리를 보니 시민들과의 체감거리가 왜 점점 멀어져만 가는지 이해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