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골프문화, 이대로 좋은가] 2. 프로골프계의 두 얼굴

「프로골퍼」모두가 선망하는 직업이다. 박세리와 김미현, 최경주, 김종덕 등의 인기 때문인지 요즘 초등학생들도 프로골퍼를 꿈꾸며 새벽부터 늦은 시간까지 연습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와 국외에서 활동하는 골퍼들에 대한 인상은 천양지차만큼 깊은 골이 패여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프로골퍼가 유명인으로서 대접을 받고, 그 대접에 걸맞게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우승상금의 상당부분을 자선단체나 병마에 고통받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위해 쾌척한다. 그들은 골프를 직업으로 선택했지만 「돈」 때문에 승부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생활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프로골퍼는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다. 미국PGA의 광고를 보면 병상에 누워있는 어린이들에게 『결코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위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이 시합에 나가 트러블에 빠졌을 때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눈을 국내로 돌리면 정말 한심할 정도다. 물론 국내의 프로골프산업이 아직 성숙단계에 접어들지 못하는 한계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대부분의 프로골퍼들은 자신의 기량을 연마하고, 후진양성에 힘을 쏟는 등 나름대로 열심이다. 문제는 영웅심에 빠진 일부 선수들이 물을 흐려놓으며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남자프로골퍼 「2세대」의 주역으로 기대를 모았던 孫모프로는 거액의 내기골프를 하다 상습도박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또 일부 프로들은 시합이 열리는 대회장에서 상식이하의 행동을 해 『저게 프로골퍼야?』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남녀를 불문하고 일부 프로골퍼들은 대회가 열리는 도중에도 후배선수들에게 모욕적인 언행으로 경기를 망쳐놓는가하면 서로의 허물을 들춰내는 추태를 보이고 있다. 선후배사이에 이른바 「왕따」가 성행하고 있는 것도 한국프로골프계의 추한 모습이다. 그룹을 지어 울타리를 치고 편을 가르는 소인배적인 풍토가 만연되고 있다. 지난 US오픈에서 우승한 페인 스튜어트가 2위로 주저앉은 필 미켈슨에게 『이제 아이를 보게되니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느냐?』며 위로를 했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인 일들이 국내 골프계에서는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프로테스트 과정에서의 스코어 조작은 말할 것도 없고 토너먼트대회에서 조차 이같은 문제가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고 있다. 골프가 신사스포츠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남의 눈을 속여 프로자격을 얻은 선수들이 과연 얼마만한 기량을 갖게 될지, 또 공정한 게임을 하게 될지는 물어보나마나 일 것이다. 매너와 에티켓, 골프의 기본정신인 페어 플레이정신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승부」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골프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특권의식」이 프로골프계에도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초창기 근본을 알기 어려웠던 여명기를 지나 80년대 후반 성장기로 접어들면서 「투어프로」라는 간판이 모든 걸 해결주는 계급장이 되어버렸다는 지적이다. /최창호 기자 CH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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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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