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자금유출 막아라" 신흥국 구두개입 잇따라

미국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에 금융시장 변동성 커져<br>인도·필리핀·태국 등 불안감 진정시키기 안간힘


아시아 신흥국들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으로 자본유출이 심화하자 일제히 구두개입에 나섰다. 최근 브라질이 단기성 투기자금(핫머니)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3년여간 유지해온 금융거래세(토빈세)를 폐지한 데 이어 다른 신흥국들도 이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시아 구두개입 시작=우선 아시아 3위 경제대국 인도가 나섰다. 인도 재무장관인 팔라니아판 치담바람은 6일 "루피화(인도 화폐단위)가 안정될 것이며 적정한 수준을 찾을 것"이라며 "루피화에 경보를 울릴 이유가 없다. 외국으로부터의 자본 유입세는 여전히 강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도 경제지 비즈니스스탠더드는 "당국이 금융시장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최근 증시가 급락하고 있는 필리핀에서는 복수의 경제수장들이 TV에까지 출연해 안정을 촉구하고 있다. 6일 필리핀 증권거래소 사장인 한스 시캇은 "외국인의 최근 매도세는 극도의 과민반응으로 최근의 주가급락은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며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인 아만도 테탕코도 "자본유출을 막을 수단이 충분하다"며 "금융시장에 과도한 변동성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필리핀과 함께 주가급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태국의 차람뽄 조띠까스티라 증권거래소 이사장도 "투자자들은 당황에서는 안 된다"며 "태국의 경제기초와 기업의 순익은 여전히 튼튼하다"고 구두개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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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혼란 극심 탓=아시아 각국이 잇달아 구두개입을 한 것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타진된 후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양상을 보이는 탓이다. 인도의 경우 6일 루피화 가치가 달러당 56.85루피로 사상 최저치인 57.32루피의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수주 내에 루피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달러당 60루피까지 추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인도는 지난해 전력난으로 전국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에 빠지는 등 전통적으로 전력난이 심각한 국가로 루피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에너지 수입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경제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필리핀 역시 지난달 22일 이후 증시가 11%나 빠졌으며 태국증시도 8.4%나 급락했다.

또한 최근 미국의 움직임이 1994년 전세계 신흥국 금융시장을 혼돈에 빠뜨렸던 때와 비슷해 이번 혼란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점도 아시아 각국이 나선 이유다. 당시 미국은 3년간 3%로 유지해온 기준금리를 1년간 2배로 올리면서 전세계 채권시장이 붕괴하고 멕시코가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다.

◇신흥국 시장개입 확대할 듯=미국의 출구전략 논의가 이제 막 시작단계인데다 양적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같이 보이던 유럽중앙은행(ECB)이 미묘한 입장변화를 보이며 신흥국의 혼란은 앞으로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6일 유럽이 추가 금리인하 등 더 이상의 대규모 양적완화를 실시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신흥국 자산을 팔고 선진국으로 회귀하는 국제 투자가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 그동안 잠잠하던 러시아 금융시장이 드라기 총재의 발언 이후 불안감을 보였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36.83루블까지 떨어져 지난해 6월25일 이후 약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러시아의 15년 만기 국채금리 또한 7.62%까지 치솟아 7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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