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또 '저격 국감ㆍ방탄 시위'인가

국회의원 간 막말, 몸싸움, 의장석 점거, 의사일정 파행. 국회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장면이다. 17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개막된 17일에도 구태의연한 모습이 바뀌지 않았다. 이날 오전 국회 정무위의 국감장이 마련된 정부 중앙청사 19층 대회의실은 의사 진행을 저지하려고 실력행사에 나선 한나라당 의원들과 국감 진행을 요구하는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 간의 몸싸움으로 아수라장이 되다시피했다. 이날의 실랑이는 지난 11일 밤 정무위가 국감 증인 및 참고인을 기습 채택하면서부터 불거졌다.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저지선을 뚫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와 김경준 전 BBK 대표 등 19명을 증인으로 기습 채택, 양당 의원들 간 정면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심지어 김효석 대통합신당 원내대표는 17일 국감장에서도 양당 간 물리적 마찰이 빚어지자 “위원장석을 점거한 의원들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국회가 정상적인 의사 진행마저 유격전 치르듯 하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민주적 의사결정을 단상점거와 같은 물리적 저지로 가로 막은 한나라당이나 돌격대처럼 몸싸움을 벌인 대통합신당 의원들 모두 헌법기관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한나라당은 이번 증인채택이 정상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지만 일반인의 눈에는 후보 지키기를 위한 ‘방탄 시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원내 제1당임에도 상대당을 설득시킬 협상력을 발휘하지 않은 채 무리수를 둔 대통합신당도 상대당을 겨냥한 ‘저격 국감’으로 국회 파행을 초래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미 국민들은 여당과 야당의 제 식구 챙기기 소모전에 식상해 있다. 양당이 의사일정을 정상화시키지 않을 경우 민심의 향방이 제3의 진영으로 이동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대통합신당은 전후 사정이야 어찌 됐건 상대당과 제대로 협상을 진행하지 않고 증인 채택을 강행한 점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 또 한나라당도 이미 처리된 의결상황에 대해선 승복하고 국감에 떳떳하게 응해야 한다. 이 후보는 BBK사건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없다며 공언하고 있는 마당에 소속 정당이 증인채택 문제로 국감을 표류시킨다면 얼마나 이율 배반적인 행위인가. 상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꼬인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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