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황 장기화 "연말특수도 없어요"

달력·다이어리 주문 '뚝'…송년모임 예약률도 작년보다 20~30% 줄어<br>불안한 경기 반영하듯 동네 점집·철학관만 '북적'

“요즘은 한철 장사를 기대하기도 어렵네요. 연말특수도 옛말입니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상인들에게 반짝 특수를 안겨주던 연말 한철 장사 풍경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특히 달력제작ㆍ송년회 등으로 그나마 연말특수를 누려왔던 인쇄소와 음식점조차도 매출 격감으로 울상을 짓는 등 대다수 업종마다 ‘연말특수’는 과거 풍경으로 사라지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신년 달력과 다이어리의 제작 주문폭주로 ‘행복한 비명’을 질렀던 인쇄업체들은 줄어든 주문량과 납품가격 하락 등으로 초상집 상태다. 최근 위축된 경기 탓에 각 기업체들이 과거 거래처나 고객을 대상으로 나눠주던 새해 달력이나 다이어리 주문을 기피하고 있고 주문하더라도 소량만 의뢰하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의 G캘린더의 한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달력 주문이 줄어들기 시작해 걱정이 많았는데 올해는 20~30% 더 줄어들어 본전 뽑기도 힘들게 생겼다”고 말했다. 울산 지역 최대 규모의 인쇄업체인 D사 역시 예년의 경우 각 기업체 신년 달력 주문 물량이 10건 이상을 차지했으나 올해는 4∼5건에 불과해 한숨을 쉬고 있다. 이 업체의 경우 건당 평균 주문량도 1만부에서 1,000~2,000부로 격감했다. 여기에다 다이어리 주문은 아예 한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D인쇄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달력 주문을 70부만 받은 적도 있다”며 “한철 장사로 밥 먹고 살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말특수의 실종은 음식점도 마찬가지. 경기위축에다 송년회를 봉사활동이나 조촐한 동호회 모임 형태로 대신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일반 음식점들의 연말 예약률은 지난해에 비해 20~30% 이상 뚝 떨어졌다. 서울 종로의 S일식집은 올해 송년회 모임을 유치하기 위해 직원들이 점심시간마다 전단지까지 뿌리고 있다. 이 음식점의 한 직원은 “예전 같으면 이맘때 이미 예약이 다 끝났다”며 “고급 음식점에서는 송년회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추세니 이렇게라도 직접 뛰어다니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울산 남구 달동의 S갈비집 사장 신모씨도 “사회적으로 송년회 모임이 위축돼서 그런지 예약률이 평소보다도 20~30% 낮다”며 울상을 지었다. 한편 불안한 경기를 반영하듯 동네 점집과 철학관 등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울산 남구 무거동의 D철학관의 경우 황금돼지띠에 결혼하려는 커플과 출산을 앞둔 신혼부부 등 하루 50여명이 찾아 평소보다 2배 이상 손님이 늘었다. 또 남구 삼산동과 중구 성남동 등 극장가 주변에도 ‘사주카페’ ‘타로 점’ 등이 최근 10여곳이나 새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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