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속을 읽히고 말았다

제3보(33∼43)



흑33으로 부딪치고 흑35로 두는 이 정석은 프로들이 잘 쓰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백이 34로 일어선 자세가 힘차며 좌상귀는 삼삼이 비어 있어서 백이 먼저 쳐들어가면 귀의 주인이 즉시 바뀌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동윤이 이 정석을 쓴 것은 그 나름의 특별한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백이 상식적인 수순 그대로 참고도1의 백1로 벌리면 흑은 불문곡직 흑2,4로 젖혀 이을 작정이었다. 그것을 고근태가 모를 까닭이 없다. 역으로 즉시 백36으로 쳐들어갔다. "속을 그대로 읽히고 말았어요. 순간적으로 아차 했습니다."(강동윤) 다소 겸연쩍은 기분으로 흑37에 차단했는데 이 수도 좀 느슨했다. 백44까지 귀의 실리를 모두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흑의 외벽에도 허점이 남게 되었다. 흑37로는 참고도2의 흑1로 다부지게 막았어야 했다. 백은 2 이하 6으로 살게 되는데 흑으로서는 이것이 실전의 진행보다 나았던 것이다. "상대를 편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실전은 다소 문제가 있었습니다. 원래 강동윤의 특기는 상대를 절대로 편안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점인데 여기서는 강동윤답지 못했다고나 할까요."(윤현석9단) 언젠가 서봉수가 강동윤의 바둑을 평한 말이 있다. "강동윤은 상대방의 눈을 사정없이 찌르는 바둑이다. 염치라고는 조금도 없는 스트리트 파이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세돌과 많이 닮아 있다."(서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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