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상황에 따라 미군을 점진적으로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이 지난 11일 백악관에 건의한 대로 이라크 배치 20개 전투여단 중 5개 여단만 내년 7월까지 돌아오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라크 주둔 미군을 전면 철수시키라는 민주당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정치적 논란을 확산시킬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은 13일 밤9시(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이라크 주둔 미군의 병력수준 결정에 대한 원칙은 ‘우리가 보다 큰 성공을 거두면 더 많은 미군 병력이 돌아오게 한다’는 것”이라며 점진적 철군 방침을 분명히 했다. 1개 전투여단이 4,000~4,500명(지원부대 제외)으로 편성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여름까지 철군하는 미군 병력은 최소한 2만1,500명이 될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예상했다. 현재 16만여명인 이라크 주둔 미군 중 연말 철수가 예정된 5,700명과 내년 여름까지 새로 철수하는 2만여명을 제외하더라도 적어도 13만명 이상이 계속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또 “미국의 이라크 문제 관여가 임기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혀 미군이 이라크에 주한미군처럼 장기 주둔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유력 대권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뉴욕)은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미군 철수 규모가 너무 작고 시기가 늦어 의회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해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문제는 내년 대선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