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몸통」커녕 「깃털」도 없더라/한보청문회 결산

◎김현철 정태수씨 등 “모른다”에 속수무책/정경유착 이권개입 못밝힌채 아쉬움만이번 한보청문회는 비리 「몸통」을 제대로 밝히지못한 채 변죽만 울리고 사실상 끝나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국회 한보국조특위는 한보비리 배후실세로 알려진 김영삼 대통령 차남 현철씨를 비롯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과 박경식 G클리닉원장 등 40여명을 증인으로 불러 지난 7일부터 25일간의 「청문회 장정」에 나섰다. 한보청문회는 그러나 검찰조사와 재판이 진행중인데다 정치인들이 대거 연루되어 있고 청문회 자체의 제도적 한계, 특위위원들의 자질과 의지 부족 등으로 진상규명에 실패, 결국 검찰수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반영했다. 한보청문회는 정총회장을 상대로 열린 첫날부터 반사회적 기업인 정씨에 의해 철저히 농락당했다. 그는 수서사건에 이어 노태우 비자금사건과 5조원 이상의 국민 돈을 유용한 「한보게이트」를 일으켜 국가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반사회적 기업인임에도 일말의 반성은 커녕 『모른다』 『재판에 계류중이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 『기억이 나지않는다』는 등 궤변성 해명과 발뺌으로 일관했다. 특위위원들도 「한보게이트」 진상과 배후 실체 규명을 위한 본질적인 질문보다는 상대방 흠집내기와 소속당 의혹 해명에 급급하는 당리당략 차원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따라 첫날부터 청문회 무용론이 강력히 대두되었다. 이어 열린 한보그룹 김종국 전 재정본부장과 한보그룹 정보근 회장에 대한 신문에서도 증인들은 입맞춤을 한듯 역시 『모른다』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국민들을 농락했다. 한보청문회는 그러나 현철씨에 대한 각종 국정개입과 인사비리를 폭로했던 박G클리닉원장이 청문회 「빅 스타」로 등장, 활기를 띠었다. 박원장은 현철씨의 전화통화 내용을 비디오테이프에 녹화, 공개하면서 파란을 일으켰던 장본인. 그는 한보청문회에서 『현철씨로부터 인사발표 전에 신한국당 이홍구 고문과 한승수 전 경제부총리, 신한국당 김철 전 대변인, 오정소 보훈처장,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 등에 관한 인사이동 소식을 들었다』며 현철씨가 정·관계, 언론계 인사에 상당부분 개입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현철씨가 15대 총선공천에 개입했으며 자금관리책으로 알려진 (주)심우대표 박태중씨와 이성호 전대호건설 사장 등과 강남에 있는 술집에서 자주 만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박원장의 이같은 증언은 이어 청문회에 출석한 현철씨의 자금관리책 (주)심우대표 박씨와 국정개입 「파이프 라인」으로 알려진 김기섭씨는 물론 이번 청문회 하이라이트인 「현철청문회」때 주요 질문자료를 제공했으나 박씨와 김씨가 강력한 부인으로 현철씨 비호에 나서 국민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지난 25일 열렸던 현철청문회에서도 특위위원들이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하지못하고 질책성 훈계로 일관, 한보철강 열연설비 도입과정의 2천억원 리베이트설, 지역민방 선정 개입, 대북 프로젝트 추진설, 개인휴대통신 사업자 선정 등 한보비리의 몸통과 이권개입 사실을 캐지 못한 채 현철씨의 궁색한 사죄와 눈물속에서 「해명장」으로 끝나 국민들을 더욱 실망시켰다. 다만 그는 『사법적인 사항은 검찰에서 처리될 것이다. 죄가 있다면 달게받겠다』고 말해 각종 이권사업 개입에 대한 검찰조사에서 위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법처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비록 이번 한보청문회가 제도적 한계와 특위위원들의 노력부족으로 핵심 증인에 대한 결정적인 비리 단서를 잡지는 못했으나 「한보게이트」와 「현철게이트」 장본인을 각각 「국민 심판대」에 세웠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명실상부한 청문회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수준의 수사권과 정보접근권을 주는 방안, 청문회 증언에 대해 형사책임을 면제해 주는 일, 청문회 기간을 늘려 광범위한 증거조사를 가능케하는 것 등 실질적인 개선방안이 마련돼야한다는 지적이 강하다.<황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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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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