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 "유럽 재무부 만들자"

"회원국 재정정책 개별 집행 한계"…재정 통합 다시 불댕겨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럽 재정위기 대응책으로 재정 통합의 최고 단계인 '유럽 재무부'의 설립을 제안하고 나섰다.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자 유럽경제동맹이 통화 정책만 단일화됐을 뿐 재정 정책은 회원국들이 개별 집행하는 반쪽 짜리 통합이어서 그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월 그리스의 1차 구제금융을 계기로 EU(유럽연합)이 지난 1993년 마스트리히트조약으로 99년 유로존(유로화 통용국)을 출범시킨 것처럼 2차 동맹을 맺어 재정까지 통합해 한층 강력한 경제 공동체로 격상시키자는 논의가 일었다. 재정 통합론은 그러나 주요 회원국들의 무관심과 반발,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으로 흐지부지된 바 있다. 유로존 탄생의 주역 중 하나인 트리셰 총재의 이번 발언이 유로존 재정통합을 다시 논의할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리셰 총재는 2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한 수상식에서 "단일 시장과 단일통화, 단일 중앙은행을 갖고 있는 경제권역이 단일 재무부를 계획하는 것은 지나치게 대담한가?"라며 유럽 재무부의 창설을 제안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그는 "회원국 재정정책에 대한 단순한 감시와 권고, 제제를 넘어 급격한 시스템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회원국의 예산통제권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서 세금 징수권까지 가지는 강력한 재무부를 만들자는 구상도 있지만 먼저 단일 재무부를 만들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트리셰 총재는 이와 함께 유럽연합(EU)이 회원국의 개별적인 경제정책이 유로존 안정을 해친다고 판단하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제재방안도 제안했다. 지난 2009년 헤지펀드계 대부인 조지 소로스가 유럽 재무부 창설을 주장한 적이 있지만 유로존 최고위 인사가 공식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리셰 총재가 오는 10월 퇴임을 앞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이번 발언은 유럽 재정위기 해결책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는 평가가 많다. 유로존 재정통합 논의는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총재가 지난해 5월 FT와의 인터뷰에서 재정 취약국으로의 단기적인 재정이전 도입을 제안하고 EU 집행위도 한 회원국의 예산안을 이웃 회원국들이 미리 점검해 재정 건정성을 파악하는 제도를 내놓으면서 활발해졌다. 그러나 회원국들이 재정지원과 재정건전성을 두고 우선순위에서 입장차이를 보이고 특히 경제주권 침해를 들어 소극적 자세로 돌아서면서 논의는 이내 사그라졌다. 이 때문에 트리셰 총재의 이번 발언을 계기로 당장 재정통합안이 환영 받을 것이란 기대감은 별로 없다.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ING 이코노미스트는 "폭넓은 존경을 받는 트리셰 총재가 훌륭한 목소리를 냈지만 그에게는 권한이 없다"며 "(유럽 재무부 창설은) 각국 정치인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재무부 창설을 위해서는 모든 회원국들의 개별적 동의를 얻어 EU 헌법격인 리스본 조약을 개정해야 한다. 이는 수년을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유럽 재정위기를 종식하려면 이제는 재정통합 등 근본적 해결책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리셰 총재의 제안은 유로존이 지속되려면 지금보다 강력한 정치적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상황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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