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는 기업·가계에 자금을 제공하지 않고 ECB에 쌓아두는 은행에 벌칙을 가해 경제 전반에 돈이 돌게 하려는 ECB의 고육책이다. 그만큼 유로화 사용 18개국인 유로존 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침체)에 가까운 위기 상황임을 방증한다. 5월 유로존의 평균 물가상승률은 0.5%로 전월의 0.7%에 비해 0.2%포인트 떨어져 디플레이션 우려가 팽배했다. ECB 금리인하에 반대했던 분데스방크도 독일의 5월 물가상승률이 0.4%포인트 급락(0.9%)하면서 막판에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ECB의 금리인하 결정과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알려지자 프랑크푸르트 증시 지수가 장중 1만선을 돌파하는 등 유럽 3대 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유로화는 약세를 보였다. 미국 시장에서도 고용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다우존스·나스닥 등 주요 지수가 상승 마감했다. 세계 주요 언론들은 대체적으로 ECB의 이날 결정에 대해 '역사적' '실험적'이라면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세기의 실험을 시도하는 ECB의 결정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유럽연합(EU)은 세계 3대 경제축이면서 한국에는 중국 다음의 교역 파트너다.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한 ECB의 성패를 좌우할 유로존 소속 은행들의 건전성 제고와 노동유연성 확대 등 기업의 체질강화 과제 역시 우리 금융계와 기업의 현안이다. 유로존 회원국 간 협조와 경기부양책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