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위험 투자 독려 장본인"… '사기 혐의' 최종 타깃으로

[피플 인 이슈] 골드만삭스 CEO<br>고객 제일주의서 직원들 '돈버는 기계'로 내몰아<br>총대맨SEC '몸통' 정조준… 압박수위 점점 높여<br>"제소에 단호히 맞설것" 의지 불구 여론악화등 불리


시간은 골드만삭스에게 불리하다.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으로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아바쿠스 CDO(부채담보부증권)의 최대 피해국인 영국과 독일의 압력도 거세고 피해 금융회사들은 줄 소송에 나설 태세다. 사기혐의 피소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로이드 플랭크페인 골드만 삭스 최고경영자(CEO)의 거취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랭크페인 CEO는 사건 발생 3일만인 19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세계 직원에게 보낸 음성메시지에서 "금융권에 대한 반감을 생각하면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며 "제소에 단호히 맞서겠다"며 정면 대결의 의지를 불태웠다. 루카스 프라그 대변인도 "거취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SEC는 이번 사기 혐의 제소에서 골드만삭스 직원으로는 유일하게 당시 29세의 중간 간부급 트레이더 한 명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그는 '깃털'일 뿐이다. SEC는 소장에서 익명의 간부들이 개입한 정황을 적시하고 있다. SEC가 월가 개혁의 총대를 매고 작심하고 달려든 이상 최종 타깃은 블랭크페인에 있다는 분석이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의 관여 여부를 떠나 골드만삭스에 대한 압박은 이것으로 그칠 것 같지는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한 트레이더를 사기혐의로 제소한 것은 고위층을 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블랭크페인 표적론은 왜 거론되나. 그의 사내 입지는 탄탄하다. 블랭크페인과 핵심 측근은 조직을 장악하고 있다. 아수라장 같은 환경에서도 지난해 140억 달러에 이르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낸 그에게 보내는 이사진의 신뢰는 두텁다. 20일 발표한 올 1ㆍ4분기 실적도 작년 동기 대비 2배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사기혐의 피소는 그 자체만으로 수십 년간 쌓아온 골드만삭스의 명성과 신뢰도에 큰 흠집을 남겼다. 그의 리더십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던지고 있다. 당장 오는 27일 의회의 금융위기 진상규명 청문회에 출석, 정치권의 거센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내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최종 승자가 된 배경에 전통적인 투자은행 업무를 통해 수수료를 챙기기 보다는 대박이 가능한 위험 투자에 있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1982년 입사, 근 20년 간 트레이딩에 전념한 블랭크페인은 골드만삭스의 이런 위험 투자를 독려한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는 고객 제일주의를 지향하던 기업문화를 이익 중심으로 180도로 바꿔 놓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내 헤게모니는 트레이더 출신으로 기울었고 경영진은 그와 뜻을 같이하는 '로이드 패밀리'로 채워졌다. 월가에서는 플랭크페인 체제에서 채권ㆍ상품ㆍ외환 트레이더가 아니면 골드만삭스에서 출세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돌 정도. 수익위주 경영전략은 전통적인 투자자문과 증권인수 중개 등 수수료 수입에 더 많이 의존한 경쟁자 모건스탠리를 완전히 제쳤다. FT는 "숨 넘어가는 트레이딩 룸에서 최고위급으로 오른 블랭크페인은 시장 노하우와 기업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해 회사를 가공할 '돈 버는 기계'로 만들었다"면서 "SEC의 제소는 골드만삭스를 세계최강의 투자은행으로 발돋움시킨 기업수익 모델의 심장부를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오바마 행정부가 '프랍트레이딩(자기자본투자)' 제한을 담은 금융개혁법안을 제시한 것과 SEC의 골드만삭스 제소는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법률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 "골드만삭스가 이번 소송에서 진다면 벌금과 피해 보상금 등을 합쳐 최소 7억 달러에 이르는 비용이 들 것"이라고 전했다. SEC가 산정한 피해액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사진이 최근 사태와 관련해 경영진에 즉각적인 압박은 없지만 계속 불거지는 악재들을 부담스러워 한다"고 기류를 전했다. 만약 SEC는 물론 해외 금융 당국의 조사로 인한 경영진 추가 제소와 주가 하락 등 악재가 이어진다면 이사회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블랭크페인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여론재판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그의 중도퇴진은 사기혐의를 인정하는 꼴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다분히 정치적 냄새가 나는 이번 사건의 배경은 골드만삭스에게 오히려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골드만삭스와 블랭크페인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일 것이라는 전망을 낳는 배경이기도 하다. ◇ 약력 ▲1954년 뉴욕 출생
▲1978년 하버드 로스쿨 졸업
▲1982년 골드만삭스 입사 (상품트레이더)
▲1997년 통화·상품부문(FICC) 대표
▲2002년 4월 부회장
▲ 2004년 1월 최고운영책임자(COO)
▲2006년 7월 회장 겸 최고경영인(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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