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연소득 50만달러(5억3,800만원) 이상의 부부에 대한 자본소득 최고세율을 기존 23.8%에서 28%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힐 예정이다. 주식 등 부유층 유산 상속분에 자본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함께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피상속인(사망자)이 사망 시점까지 보유하던 자산은 상속인이 사망 시점보다 높은 가격에 처분하는 경우에만 자본소득세를 부과 받아 '과세 구멍'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번 자본소득세 강화 방침은 조세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부담금도 늘릴 것으로 전해졌다. 50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금융기관 100여곳의 부채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는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금융시장에 리스크를 키우고 있는 금융기관에 대해 일종의 징벌적 부담금을 물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부유층과 대형 금융기관들에 대한 증세를 통해 향후 10년간 각각 2,100억달러와 1,100억달러 등 총 3,200억달러의 세금을 추가로 거둘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자증세를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일하는 중산층에 대한 지원 확대를 약속할 방침이다. 연소득 12만달러 이하의 맞벌이 부부를 위해 연간 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약 2,400만가구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자녀 양육 지원을 위해 5세 이하의 자녀 1명당 3,000달러의 세액을 공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밖에 2년제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 최대 7일간 유급병가 제도화 등의 내용도 이번 연설에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은 해당 방안 중 주요 내용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부자증세 추진에 나선 것은 남은 임기 2년간 중산층을 끌어안아 국정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동시에 차기 대권 경쟁에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중산층의 표 결집을 유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증세로 세금 부담의 90%가 부유층 상위 1%에 부과되고 80%는 0.1%에 집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중간선거에서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이 증세에 매우 부정적인데다 월가 대형 은행들의 막강한 로비력을 앞세워 증세 저지에 나설 것으로 보여 오바마 대통령의 세제 개혁 구상이 실현되지는 미지수다. 오린 해치 상원 재정위원회 의장(공화당)은 즉각 성명을 내고 "증세는 중소기업과 저축하는 가계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라며 "이는 그동안 미국의 경제회복을 이끌었던 기존의 세금정책을 무효화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신년 연설에서 국제적인 대테러 공조 방안과 사이버 안보 강화 등도 화두로 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