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혁명이 성취돼야/곽수일 서울대 경영대학장(송현칼럼)

외국인들은 우리를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부른다.그러나 요사이 이들이 우리 경제를 보는 시각은 마치 「조용한 경제혁명의 나라」라고 하고 있다. 이때 「혁명」이란 총칼을 들고 권력을 쟁취한다는 뜻이 아니고, 과거의 체제가 무너지고 새로운 체제가 확립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우리 경제의 변화 모습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거시적으로는 1년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고있다. 예를 들어 너무 커서 망하지 않을 것이라던 재벌기업들이 부도위기나 해체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고, 땅짚고 헤엄치기라고 생각했던 금융산업이 몇몇 대기업의 쇠퇴와 더불어 어려움에 휩싸이더니 급기야는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마련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또한 기업경영의 차원에서는 과거에 무리를 해서라도 큰 설비를 확보하고,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고속성장하는 미래시장을 위하여 과도한 투자를 감행하는 정책이 오히려 수익성만 크게 떨어뜨려 이제는 더이상 유효한 경영전략으로 맞아떨어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한 기업의 핵심역량을 도외시한 무분별한 사업다각화는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보다는 기업의 부담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경제와 기업이 앞으로의 성장을 위하여 반드시 거쳐야할 혁명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이러한 혁명적 변화가 경기부진과 겹쳐 상호 원인 제공을 하면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우리에게 고통과 난제를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을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모색하는 것은 변화의 당위성을 도외시하고 과거의 미봉책에 연연하는 것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이 재무구조나 인력구조, 더 나아가서는 사업구조때문에 부실상태로 전락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특정한 주인이 없는 국민기업이기 때문에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것은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지 결코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 경제의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은 다음의 네가지 관점에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는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이 우리 경제의 위기라기 보다는 앞으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혁명적 변화의 기회라고 보고 경제성장 과정에서 한계에 도달하여 새로운 체제로 변화하는 것만이 재도약의 길임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로 오늘날과 같은 변화가 발생되고 있을 때 어떤 현상을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현재와 미래를 보는 것은 변화보다는 지난날을 동경하는데 그치고 만다. 특히 변화의 모습이 혁명에 의하여 과거의 연장이 미래가 되지않고 전연 새로운 체제로 변화하고 있을 때,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 방식에 연연하는 것은 자기몰락을 자초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셋째로 이러한 혁명적 변화에 있어서 「빨리 빨리」방식에 의한 조급한 해결책 모색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과거 대기업들의 부실을 해결하기 위한 산업합리화정책은 부실기업을 눈에 보이지 않게 덮어두면서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만 주고 경제운영의 효율성은 도외시된 것이었다. 이번에도 이와같이 부실기업대책이나 산업정책으로 국민에게 부담이나 주고 과거의 잘못을 눈에 띄지않게 숨기는 미봉책은 경제에서 구조적 어려움을 앞으로도 가중시킬 것이다. 따라서 조급한 미봉책보다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우리의 경제운영 체제나 경영시스템을 수정해 나가는 근본적 해결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로 우리가 어렵고 고통이 가중되더라도 경제의 해결책은 경제논리에 입각해서 모색되어야 할것이다. 특히 그동안 경제논리에 입각한 경제운영을 주장하던 대기업들이 어려움이 가중됨에따라 경제논리를 추구하는 정책담당자를 비난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미봉책을 추구하는 것이다. 오늘의 경제적 어려움이 위기보다는 기회이고, 빨리 빨리 미봉책보다는 진정한 경제적 효율이 추구되는 해결책이 모색되어야 하겠고, 그 속에서 경제적 논리가 경제운영에 진정 활용될 때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는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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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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