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950원대까지 급락하며 8년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역외세력의 달러 매도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데다 추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으로 국내 기업들도 매물을 잇따라 내놓아 불안한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5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5원90전 떨어진 957원30전으로 마감했다. 지난 97년 10월27일(939원90전) 이후 8년5개월여 만의 최저 수준이다. 연저점은 2월1일의 961원10전이다.
961원10전에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당국의 개입으로 한때 963원60전까지 반등했지만 외국인 주식 매수분과 기업 네고 물량이 쏟아지면서 956원20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부분적인 배당금 수요도 외국인 주식 매수분과 수출기업 선물환 매도 물량을 감당하지 못했다.
지난 나흘 동안 외국인 주식 순매수 규모는 1조2,000억원(약 12억3,000만달러)에 달했고 3월31일 20억달러에 육박했던 수출업체 선물환 매도도 지속됐다. 역외세력은 공격적으로 매도에 나서며 이틀째 역내은행들의 손절매도를 촉발했다.
위안ㆍ달러 환율이 위안화 절상 후 처음으로 8.01위안 밑으로 떨어지며 엔ㆍ달러 117엔선 붕괴를 유도한 점도 환율 하락세를 부추겼다.
4거래일 동안의 하락폭은 자그마치 18원80전으로 단기급락을 막기 위해 외환당국이 이틀째 개입에 나섰지만 쏟아지는 달러 매물을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960원 등 주요 지지선이 무너지자 손절매도가 급증했다”며 “당국의 현 개입 패턴으로 환율을 끌어올리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외국인 주식 배당금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누적됐던 매도압력이 폭발하고 있다”며 “외국인 주식 매수 추세가 지속될 경우 950원대 초반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