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콜금리 동결 배경과 향후 전망

한국은행이 12일 예상대로 콜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두차례 인상에 따른 속도 조절과 함께 추가로 올릴 경우 올들어 극도로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외환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올들어 국내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얻고 있는 데다 하반기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가 있어 조만간 추가 인상의 여지는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 환율 변수 핵심이슈로 부상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1월 콜금리 동결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외환시장의불안 때문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원칙적으로 물가, 경기, 자산거품 등 문제를 중요 이슈로 거론해왔지만 최근엔 환율이 급락해 거시경제에 큰 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신경 쓰이는 대목은 원화값이 날로 오르는 상황에서 금리마저 올릴 경우원화에 대한 수요를 다시 한번 늘리면서 불속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기조가 곧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이 부각되면서 전세계적으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논리다 LG경제연구원의 조영무 선임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선 환율이 가장 화제가 됐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원화 강세 기조인데 콜금리까지 올릴 경우 환율에 미칠 영향이 부담스러웠을 것"고 지적했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폐장가인 1천11.60원에 비해 한 때 34.10원(종가기준) 급락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하락세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큰낙폭에 수출기업을 비롯한 시장 주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 자금시장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이 금리 인상 막바지에 달하고 있다는 분석도 콜금리 인상 압력을 낮추고 있다. ◇ 속도조절론 유효 박승 한은 총재가 작년 말부터 제기하기 시작한 속도조절론도 이번 1월 금리 동결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박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콜금리를 12월에 올릴 것이냐 내년 1월에 올릴 것이냐에 관한 논의가 있었으며 불확실성을 조속히 제거하는 것이 시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 12월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1월에 올릴 수도 있는 콜금리를 작년 12월에 앞당겨 인상함에 따라 올해 1월은 콜금리 인상이 없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게다가 작년 10월 금리인상 이후 11월을 쉬고 12월에 재차 금리를 올린 것은 향후 금리인상 기조가 한달 또는 그 이상을 건너뛰는 점진적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두달 연속 금리인상 가능성은 낮았다.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박 총재의 의지는 올초 신년사에서도 다시 한번드러났다. 그는 "금리정책의 완화 기조는 유지하되 완화의 정도는 점차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혀 향후 금리 인상 횟수가 많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새해 벽두라는 시기적 문제도 콜금리 인상에 부담스런 부분이었다. 연초부터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것이 시장에 미치는 심리적 충격이 적지 않다는점 때문이다. ◇경기, 물가 등 인상 여지 남아 금통위가 이달 예상대로 콜금리를 동결했으나 국내 경기상황과 물가 움직임은지난 4년간 유지해온 저금리 정책을 조만간 마무리할 명분이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5%에 달해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놨으며 또 소비자물가가 올 하반기에는 3.4%까지 오르며 불안한 모습을 보일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경기회복과 물가불안은 한은이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에 나서야 한다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저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의 구조조정 압력이 약화되고 경직적인 금리정책으로 인해 경기조절 수단으로서 금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난도 한은으로서는 부담이 된다. 이밖에도 정부의 8.31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한때 주춤했던 부동산 시장이 지난해 말부터 다시 들썩이고 있는데 대해 한은의 저금리 기조가 한몫하고 있다는 비판도 감안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달 추가 인상 '글쎄'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당장 다음달에 콜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올 1.4분기에 한차례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연초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데다 미국에서도 금리인상 기조를 조기에마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내외적인 여건으로 미뤄 올해 한두차례 금리를 더 올릴 여지는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즉 이달 금리동결로 한차례 숨고르기를 함으로써 급격한 금리정책 기조 변화에따른 부담을 줄인 데다 시장금리와 정책금리의 격차가 여전히 1%포인트 이상 벌어져있다는 명분도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원의 전효찬 연구원은 "연초 환율로 인해 지난해 말에 비해서는 추가 인상을 점치는 목소리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달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회의 결과에 따라 향후 좌표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의 조영무 연구원은 "올 상반기중에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은여전히 유효하다"며 "미국이 1.4분기중에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하반기 물가불안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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