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자본 ‘국내금융’ 잠식 가속] “금융시스템 교란” 불안감 커져

`득(得)ㆍ실(失)의 양면이 있다. 그러나 금융시스템이 흔들릴 정도라면 곤란하다` 외환위기 이후 불과 5년여만에 국내 금융시장의 주도권이 외국자본에 넘어간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투기적 성향의 `펀드`가 은행을 소유하고 금융사가 매물로 나올 때마다 외국인들이 독식을 하게 되면 결국 `경제치안`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금융지배는 철저히 차단하면서 위험한 외국자본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점에서 `역차별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자본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적격성 심사`가 필요하며, 금융시장으로의 외국인 진입은 어느 정도 속도조절을 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외국자본의 국내금융시장 장악=최근 3,4년사이 매각된 국내은행의 새 주인은 외국계펀드였고, 이들은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뉴브리지캐피털은 제일은행을 인수해 4,000억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올렸고 칼라일도 지난 2000년 한미은행 지분(36.6%) 투자로 5,300억원 안팎의 평가익을 냈다. 여기에 외환은행도 론스타에 매각돼 8개 시중은행 가운데 3곳이 `미국계 펀드`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은행 뿐 아니라 보험시장 역시 푸르덴셜, 알리안츠 등 외국계 보험사들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지난 3월말 10.4%를 넘은 후 9월에는 13.4%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GE캐피탈, 씨티파이낸셜 등 세계적인 할부금융회사들도 국내시장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은 이미 지난 상반기부터 LG카드 등 국내 신용카드사 인수를 검토해 이 부문도 외국사들이 머잖아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현투증권이 푸르덴셜에 매각된 데 이어 한투ㆍ대투에 대우증권까지 외국인에 끼워팔기를 하면 증권시장 역시 `외국자본의 잔치`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미 국내 금융시장은 은행ㆍ보험ㆍ증권의 3대축은 물론이고 소비자금융ㆍ서민금융에 이르기 까지 외국자본의 장악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계 펀드인 퍼시픽립은 업계 1위인 한솔저축은행을 인수했고 사채업을 양성화한 대부업시장은 80%를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금융시스템안정 흔들어=외국자본의 국내시장지배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관치금융의 폐해를 줄이고 금융회사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점차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교란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우선 시중은행 3곳을 `투기적 자본`인 `펀드`가 지배함으로써 은행경영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칼라일은 3년전 한미은행을 인수하면서 장기적으로 한국 금융시장발전에 기여해 과실을 같이 나누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달 15일 지분매각제한이 풀리자마자 한미은행의 원매자를 찾고 있다. `짧게 투자해 최대의 이익을 남긴다`는 `투기자본`의 전형이다. 뉴브리지캐피탈과 론스타 역시 그 성향이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들은 `단기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불안해도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SK글로벌사태나 최근 LG카드 위기 등의 과정에서 이들은 철저히 `아웃 사이더`를 자처하며 피해다녔다. 일정 수익을 올리면 과감하게 시장에 철수하는 치고 빠지는 식의 전략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외국자본에도 `적격성 심사`필요=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자본에 대한 `역차별`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경련은 외국자본이 국내 기업 및 금융사를 거의 독점 인수하고 있는 이유가 국내 금융회사의 경쟁력이 낮고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출자총액 규제, 금융회사 의결권제한 등의 역차별적규제로 외국자본과 동등하게 경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장의 현실을 감안해 외국자본의 금융시장진입시 최소한의 `적격성 심사장치`는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투기펀드`를 가급적 끌어들이지 말고 ▲미국중심의 투자자를 유럽 등으로 다변화하며 ▲은행은 결제시스템의 중추라는 점을 감안해 경영권에 대한 심사를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덕훈 우리은행장은 “결제수단을 지난 은행의 활동은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하고 중요도면에서 치안이나 국방과 유사하다”며 “기업구조조정 등 중요한 순간에 결단을 내릴 때, 특히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인이 지배하는) 은행 소유구조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문성진기자, 이진우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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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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