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투자 위험성 탓에 규제가 강화되면서 크게 위축됐던 장외 해외통화선물거래(FX마진거래)가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환율 변동성을 이용한 투자 수단이 다시 각광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본격화하면서 환율 방향성이 분명해지고 있어 과거에 비해 환율 관련 상품 투자 환경이 훨씬 우호적으로 조성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FX마진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지난해 말 대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10만1,475계약에 그쳤던 FX마진 거래량은 올해 1월 전월 대비 60.82% 늘어난 16만3,196계약으로 크게 급증했다. 거래대금도 199억3,532만달러로 전월(121억3,610만달러) 대비 64.26% 늘었다. 2월에는 거래일수 감소로 인해 12만6,048계약으로 줄었지만 3월에는 다시 14만7,912계약으로 전월 대비 17.35% 늘었다.
증권사별로는 신한금융투자의 올해 FX마진거래 월평균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가량 늘었고 최근 FX마진거래 이벤트를 강화하고 있는 키움증권도 월평균 거래계약 수가 지난해 대비 65% 증가했다. 이 밖에도 현대증권과 KDB대우증권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FX마진거래는 장외거래로 외국 통화를 개인이 직접 거래하는 것이다. 특정 화폐의 가치가 떨어질 것을 예상하면 먼저 매도하고 가치가 충분히 떨어지면 다시 매수해 수익을 내는 양방향 거래방식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만 있으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FX마진거래의 인기가 절정이었던 지난 2011년 8월에는 거래규모가 46만5,787계약까지 치솟았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FX마진거래를 활용해 수천억원의 차익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높은 변동성에 따른 손실위험 때문에 금융당국이 2012년 개시증거금을 5%(5,000달러)에서 10%(1만달러)로 유지증거금을 3%(3,000달러)에서 5%(5,000달러)로 진입장벽을 높인 후 개인투자자들이 이탈하며 급격히 위축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FX마진거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올 들어 강달러 현상이 강해지면서 FX마진거래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올 1·4분기 증권 및 선물업계의 FX마진거래 평균 손실계좌비율은 61.54%로 전 분기 67.33%보다 5.79%포인트 줄었다. 한때 손실률이 80%를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개선된 수치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2·4분기 63%였던 손실계좌비율이 올 1·4분기 33%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10명 중 7명은 FX마진거래로 이득을 봤다는 얘기다. 강달러 현상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2·4분기에는 손실률이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강인 키움증권 글로벌영업팀 팀장은 "활황기 대비 아직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올 들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투자자들이 FX매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미국 금리인상, 유럽 양적완화 등 시장의 관심을 높일 만한 이슈가 대기하고 있어 앞으로도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고 직접 거래에 부담을 느낀다면 장내거래로 안정성이 강화된 해외선물 상장지수펀드(ETF), 파생결합증권(DLS)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 FX마진거래는 일종의 파생상품 투자이기 때문에 레버리지가 10배나 돼 환율 예측이 빗나가면 손실도 커지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환율은 변동성이 크고 전문가들조차 예측이 어려워 투자하기 쉽지 않은 기초자산"이라며 "원·달러 ETF나 DLS 같은 간접투자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과 안정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