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9일 상공회의소 조찬강연에서 ‘일방적인 경영권 보호대책 불가’입장을 밝힌 것은 앞으로 외국인들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하기 위한 제도개선의 폭이 상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SK나 대한해운ㆍ삼성물산 등 M&A관련기업에 대한 관심이 재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 체질 개선에 주력해야”= 윤 위원장은 이날 재계에서 요구하는 경영권 방어대책 마련 요구에 대해 정부에 기대기 보다는 체질개선부터 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개선 폭은 재계의 기대보다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감독당국은 그동안 검토대상이었던 황금주나 차등의결권, 독소조항(Poison pill) 등의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해용 금감원 부원장보는 “황금주나 차등의결권 제도, 독소조항(Poison Pill) 등은 선진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것들”이라며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은 인정되지만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이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적정선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위의 한 관계자도 “대대적인 변화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며 “제도개선이 있더라도 국제적인 정합성을 갖는 수준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M&A 관련 기업 관심 고조될 듯= 윤 위원장의 입장표명으로 주식시장에서 SKㆍ대한해운 등 외국인들의 적대적 M&A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신 부원장보는 “출자회사 할인의 문제는 황금주 등 법으로 해결할 사항이 아니라 기업이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혀 특정 기업의 M&A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개선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따라서 SK와 삼성물산 등 자회사 지분 보유액이 자체 기업가치보다 높은 기업이 투자자들이 집중적인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경영권 강화 노력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외국인 보유 지분이 많은 기업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을 우호세력으로 확보하기 위해 배당성향을 높이는 등 고배당 정책을 실시하거나 할 가능성이 높다.
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시장에서 자사주 취득을 늘리는 시도 역시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신세계ㆍGS홀딩스ㆍ두산 등 지주사 또는 관계회사의 보유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M&A 관련 종목으로 알려져 있는 SKㆍ대한해운ㆍ삼성물산 외에도 삼성 계열사의 지분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신세계과 두산ㆍGS홀딩스ㆍSTX 등 우량 지주회사들에 대한 관심도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