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교역조건 2분기 더악화… 경제운용 빨간불

1분기엔 유가상승분 본격반영 안돼… 내수진작책 강구<BR> 하반기 내수마저 안살아나면 '최악'

교역조건이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는 점은 우리 경제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한다. 당장 물가불안이 확대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우리 경제를 유일하게 떠받치고 있는 수출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체감경기와 지표경기간 괴리도가 갈수록 벌어져 국민들의 실생활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교역환경이 나빠지는 분위기다. 사상 최악이라는 1ㆍ4분기 중에서도 3월 실적이 가장 나쁘다. 월별 추이는 1월 88.0, 2월 86.7, 3월 85.8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ㆍ4분기 전망은 더욱 좋지 않다. 안용성 한국은행 국민경제팀장은 “1ㆍ4분기 통계에는 유가 상승분이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며 “2ㆍ4분기부터는 유가가 본격적으로 반영돼 교역조건도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교역조건이 나빠진 게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교역조건이 하향세를 그렸지만 수백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며 “위기의식은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도 하반기 이후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경부와 한은이 내수진작을 강조하는 것도 3ㆍ4분기 이후 수출이 어려워질 경우에 사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기대가 빗나가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반기 이후 수출이 예상대로 둔화하는데 내수가 기대처럼 살아나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는 내우외환의 지경에 빠질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최대 관심사는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교역조건 악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면 통상 1~3분기 뒤에는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지는 게 통례”라고 말했다. 수입원료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생산자 원가 상승을 낳고 결국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기본전략은 가격이 떨어지면 물량을 늘려 전체 수출총액을 맞추는 방식. 지난 1ㆍ4분기 중 교역조건이 사상 최악을 기록한 동시에 소득교역조건은 1ㆍ4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도 가격하락을 물량으로 때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량 중심의 수출구조는 채산성과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리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악화하는 교역조건과 내수침체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수출에 집중한 게 수출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교역조건이 위기를 사전에 말해주는 새로운 지표로 자리매김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경제가 바닥으로 떨어질 때마다 선행적으로 교역조건이 악화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며 최근의 교역조건 악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97년 외환위기 직전에 반도체 가격 하락과 유가급등으로 교역조건이 급락했으며 정보기술(IT)산업의 버블이 붕괴된 2001년 국제유가가 15달러선에서 34달러로 치솟고 반도체 D램 가격이 폭락했다는 것. 그 결과 2001년 성장률은 3.0%에 그쳤었다. 정 전무는 여기에 “중국의 성장감속, 내수침체를 감안할 때 지금부터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경부의 한 당국자는 이에 대해 “수출기업의 품질경쟁력 향상 노력과 임금인상 억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