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선비 예절 수양서 '士小節' 풀어써

양반가문의 쓴소리<br>조성기 지음, 김영사 펴냄


조선시대 실학자 청장관(靑莊館) 이덕무(1741~1793)는 연암 박지원에 버금가는 대문장가다. 그의 아들들이 엮어낸 시문집 청장관전서는 70여권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규모다. 그 가운데 하나인 ‘사소절'(士小節)’은 일상 생활 속에서 선비가 갖춰야 할 작은 예절들을 제시한 일종의 수양서다. 이덕무는 책 머리에서 ‘작은 행실을 조심하지 않으면 결국 큰 덕을 허물게 된다’는 서경(書經)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도덕을 중시하는 유교사회에서 도덕이 무너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면서 작은 예절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양반가문의 쓴 소리’는 소설가 조성기가 이 이덕무의 ‘사소절’을 알기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잔소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시콜콜한 이덕무의 충고를 재료 삼아 저자는 우리 시대에 맞는 잠언서를 만들어 냈다. ‘과거시험 보는 사람을 들뜨게 하거나 겁주지 말라’ ‘관직을 받은 사람을 축하할 때 월급을 물어보지 말라’ ‘남녀 관계를 정리할 때는 단호하게 하라’와 같은 충고는 사소할 수도 있지만 오늘날 여전히 우리 생활 속에서 유효한 진실을 담고 있다. ‘말을 타고 가다가 농부들이 새참 먹는 곳을 지날 때는 말에서 내리라’는 구절은 지배층으로 군림하는 선비가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인간적 선비가 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비오는 날 도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할 때 지나가는 행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속도를 내 물을 튀기는, 배려심 없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얼굴이 붉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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