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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그를 '문제적 작가'라 부르고 심하게는 '패륜아'라고도 혹평한다. 미국출신의 현대미술가 폴 맥카시(67). 디즈니 캐릭터 같은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차용하되 이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작가는 40여 년간 폭넓은 영역의 소재와 주제, 실험적 행보로 세계 미술계의 인정을 받아왔다. 성기와 성행위, 폭력성의 적나라한 표현을 통해 작가는 이상화된 대중문화, 상징적으로 강요되는 욕망화의 이미지에 도전해 왔다. 비판과 논란의 중심에 자주 오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세계적 아트페어에서 고가에 팔려나가고 있다.
폴 맥카시의 개인전이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5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열린다. 해외 주요 전시에서 관심과 논란을 한 몸에 받았던 '백설공주(White Snow)'시리즈의 '아홉 난쟁이들' 조각 9점이 선보인다. 동화에서 영향을 받은 이 작품은 폴 맥카시의 대표작으로 사회적 풍자와 해학이 빛난다. 화려한 색채의 실리콘 조각들은 1937년작 디즈니 애니매이션 캐릭터들의 이름을 따 멍청이(Dopey), 박사(Doc), 졸림이(Sleepy), 재채기(Sneezy), 행복이(Happy) 등으로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괴기스럽게 변형된 난쟁이들은 젊고 아름다운 백설공주를 향한 야릇한 시선을 품고 있다. 또한 그들의 코는 마치 욕망을 상징하듯 다양한 남근의 형태로 띠고 있다. 볼이 통통하고 귀여웠던 난쟁이들은 이 같은 현대적 재해석 과정을 거쳐 원작에 내재된 어두운 심리적ㆍ사회적 요소를 드러낼 뿐 아니라 동화와 꿈의 상업화를 풍자한다. "백설공주는 역사이고, 이 역사의 일부는 자화상"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이 작품은 단순히 백설공주 이야기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예술에 대한 것이며,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이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답을 갖고 있기를 바라거나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전시장에서는 이 작품의 구상과 초기 과정을 보여주는 반복적이고도 강박적인 드로잉도 함께 볼 수 있다.
한편 국제갤러리가 개관 30주년을 맞아 새롭게 개관한 건물면적 380여평의 3관 전시장에는 높이가 5m에 달하는 대형 알루미늄조각 '사과나무 소년 사과나무 소녀 (Apple Tree Boy Apple Tree Girl)'가 선보였다. 독일에서 유래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주둔 미군들이 고향에 선물로 보내면서 미국의 대표적 소비사회 상징물의 하나가 된 '허멜 도자기 조각상(Hummel Figurine)'의 이미지에 기반을 둔 작품이다. 본래의 도자기상이 지닌 목가적인 분위기는 역시나 사라졌고 순수했던 아이들은 흉물스럽게 변해버린 에덴 동산에서 놀고 있는 모습이다.
1990년대 초부터 피노키오, 산타클로스, 해적과 같은 대중문화적 캐릭터를 주제로 삼아 화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맥카시는 1992년 LA현대미술관 전시에서 하의를 탈의한 남성들을 결합해 삐뚤어진 성정체성을 보여주는 기계조각 작품 '정원'을 통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작가 자신이 미국 전 대통령 조지 부시로 분해 엘리자베스 여왕, 오사마 빈 라덴과 함께 흥청거리며 성적인 행위를 지속하는 작업인 '지하 벙커(Bunker Basementㆍ2003)'는 대형설치 및 비디오 퍼포먼스로 그들이 정치에 임하는 비도덕적 태도를 마치 어린 아이와 같은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따르는 듯한 행동으로 보여줬다. 1993년부터 2001년까지 4차례나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했고 2003년 런던 테이트모던 개인전, 2004년 뉴욕 휘트니비엔날레 등 세계 유수의 미술행사에 빠지지 않고 초청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