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부실기업인 한보철강을 포항제철과 동국제강이 컨소시엄을 이뤄 사겠다고 나서 제3자 인수의 돌파구가 일단 열렸다.그러나 컨소시엄측이 전례가 드문 자산인수방식을 제의함으로써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는 많은 논란과 진통이 예상되어 주목된다.
자산인수방식이란 지분인수나 자산지분 포괄인수 같은 통상적인 방식과는 달리 자산만을 분리 인수하는 것이다. 사는 쪽에서는 영업권을 포함한 포괄적인 인수가 아니어서 부채를 떠안지 않아도 되고 종업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 간편하다. 반면에 파는 쪽에서는 뒤처리가 복잡하여 많은 후유증을 떠안게 된다.
채권은행단은 잇단 대기업 부도로 경영위기를 느끼고 있는데 무한정 질질 끌고 갈 수만은 없는 절박한 형편에서 인수자가 나선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나 현격한 인수 가격차로 팔수도 안팔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컨소시엄측이 제시한 인수가격은 2조원. 4천3백억원은 현금으로 나머지 1조5천7백억원은 장기 분할 상환하겠다는 것이다.
채권금융단측은 지나치게 헐값이라고 펄쩍 뛰고 있다. 자산가액이 4조원이 넘으므로 인수가격도 그 수준에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도 빚잔치를 해야 할 형편이다.
한보철강의 여신액은 은행권 3조4천6백억원, 제2금융권 1조3천6백억원 등 모두 4조8천2백억원에 이른다. 2조원에 한보철강을 팔경우 채권 원금의 30%도 회수하지 못하고 특히 무담보로 대출한 제2금융권은 한푼도 건지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놔두면 이자도 못받고 자산가치는 갈수록 내려가게 될 것이다.
더욱이 자산이 빠진 한보철강은 알맹이가 없어 주식은 휴지조각이 될 것이고 근로자 처우도 보장이 없다. 주주와 근로자의 반발은 불을 보듯 하고 특혜시비가 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포철이 그 많은 부채를 전부 떠안고 인수할 경우 포철의 부실화와 독과점체제의 심화가 우려된다.
한보철강을 서둘러 팔아치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부실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정상가동할 수 있는 방안이 먼저 나와야 한다. 매각 방법에 있어서도 신중해야 할 것이다. 부실기업 처리의 선례로서 모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기업 부도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부실화와 그에 따른 제3자인수나 공개매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