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룽지 중국 총리는 중국의 13년 숙원 사업인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인가.주총리가 6일 중국 총리로는 15년만에 처음으로 미국 방문길에 오르면서 중국의 최대 현안인 WTO 가입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의 WTO 가입 문제는 국제경제 무대에 진출하려는 중국의 13년 숙원사업. 중국은 13년전인 86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시작될 때부터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가입을 시도해 왔지만 가입에 주도권을 쥔 미국에 의해 번번히 좌절돼 왔다. 주총리가 지난달 전인대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13년간 기다리다가 검은 머리가 하얗게 샜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사실 일주일전까지만 해도 주총리의 미국 방문이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미국과 나토의 유고연방 공습과 핵미사일 기술절취 사건, 중국 인권문제에 대한 미국의 비난 등으로 미·중간 갈등이 한껏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총리가 미국 방문을 강행키로 결정한 것은 이번에는 반드시 WTO 가입을 성사시킨다는 중국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미국을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선물」을 준비했고, 주총리의 미국 방문전 실무자들의 물밑 협상을 통해 상당한 진전을 이뤄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최근 농산물과 서비스 시장을 확대 개방하겠다는 선물 보따리를 풀었고, 국가보안상 외국인의 참여를 금지해 왔던 통신분야에선 자국 통신회사 지분의 35%를 외국인이 보유할 수 있도록 개방키로 했다. 또 금융, 농산물 시장개방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모두 WTO 가입문제를 순조롭게 풀기 위한 일련의 개방조치들이다.
중국이 이처럼 시장을 개방하면서까지 WTO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게 많기 때문이다. 우선 WTO 가입이 성사되면 매년 미국으로부터 최혜국 대우(MFN)를 갱신받지 않아도 되고 무역분쟁도 다자간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또 국제수준에 맞는 경제개혁을 가속화할 수 있는 계기가 돼 중국기업의 체질개선과 함께 외자 유치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의 WTO 가입이 결코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의 시장개방 정도가 미국의 요구에 미달하는데다 중국의 핵기술 절취 의혹으로 미국 의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미 의회는 특히 중국의 WT0 가입에 제동을 걸어 중국이 국제기구에서 특전을 누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이와관련, 5일 『주총리가 이번 미국 방문에서 WTO 가입문제를 타결 지으면 지난 79년 덩샤오핑의 미국 방문 이후 가장 큰 성과를 거두는 셈』이라며 『WTO 가입 성패 여부는 미국의 반대 여론을 어떻게 무마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이용택 기자 YT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