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 사업이 포화라는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저는 아직 이 분야가 성장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국민 1인이 소비하는 커피원두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아직 낮은 수준인데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믹스 커피 대신 원두커피를 선호하는 움직임이 갈수록 확고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황보천(46·사진) 율리어스 마이늘(Julius Meinl) 대표는 이렇게 말하며 국내 커피 소비자가 콘셉트가 뚜렷하고 독창적인 브랜드로 대거 이동할 거라 예측했다. 기존 커피전문점은 소수의 몇 곳을 제외하고는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몸집만 불어난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내놓았다.
브랜드 독창성과 소비자의 체험을 중시하는 그가 선택한 '율리어스 마이늘'은 어떤 브랜드일까. 율리어스 마이늘의 고향은 오스트리아 빈. 1862년 첫 매장을 연 이후 유럽 최대의 커피 회사로 성장한 역사를 바탕으로 현재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70여 개국에 진출해 연간 총 20억 잔의 커피를 판매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다.
미국식 커피가 주류를 이루는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비엔나 커피' 메뉴가 이곳의 강점이다. 국내 매장에서 취급하는 종류는 아인슈패너, 프란치스카너, 뷔너 멜랑즈 등 총 3종으로 이 중에서도 아인슈패너가 가장 유명하다. 아인슈패너는 더블 에스프레소에 휘핑크림을 살짝 올려 시원하고 달콤한 휘핑크림의 맛이 쌉쌀한 에스프레소와 어우러지는 맛의 조화가 특징이다. 유럽식 커피부터 각종 차, 디저트 등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자랑거리. 특히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매장 디자인은 소비자에게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오는데 긴 고깔 모양의 전통 모자를 쓴 여인의 옆 얼굴을 형상화한 브랜드 상징(BI)과 컵 모양의 매장은 천편일률적인 우리나라 커피전문점들과 명확하게 선을 가른다.
독특한 콘셉트의 매장만큼이나 사업을 넓혀가는 방법도 로열티를 내는 통상적인 프랜차이즈가 아닌 렌탈 방식을 취했다. 황 대표는 "커피전문점은 정부의 골목상권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본사의 과도한 로열티 요구, 높은 초기투자비용 등은 예비 창업주의 발목을 잡는 조건으로 작용한다"며 "소규모 점포가 각광받는 트렌드에 맞춰 설비가 모두 포함된 커피잔 모양의 컵 부스(매장)를 보증금을 내고 대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0㎡(6평) 내외면 2~3명이 일할 수 있는 크기의 매장을 넣을 수 있고 매달 임대료를 지불 하지만 대신 설비 유지비, 로열티 등이 전혀 없고 계약기간 종료 시 보증금을 돌려받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방식은 매장 공간을 따로 임대해야 하는 경우보다 상가를 소유한 예비 창업주에게 이롭다. 또한 만약 장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임대한 컵 부스를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되는 점도 고정비에 가까운 초기 투자비용을 걱정하는 이들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부분이다. 컵 부스는 높이에 따라 3가지로 나뉘며 실내외 모두 설치할 수 있다. 인기가 가장 좋은 중간 크기 매장은 보증금 4,000만원에 임대료 월 160만원 선. 이디야와 엔제리너스 등 상대적으로 로열티가 저렴하다고 알려진 커피전문점을 개설했을 시에 들어가는 비용의 회수비율을 따졌을 때 율리어스 마이늘은 80% 가까이 챙길 수 있는 반면 타 브랜드는 40%대에 머문다는 것도 예비 창업주가 고려해야 한다. 다른 커피전문점들이 로열티와 인테리어 비용으로 수입을 올리는 데 반해 이곳은 유럽 본사에서 공급받는 원두를 판매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색다른 창업 방식의 배경이다.
본사에서 공급하는 원두는 오스트리아 빈과 이탈리아 비첸차의 공장에서 생산되며 각각 전통에 첨단 기술을 결합한 로스팅 방식을 활용해 커피의 풍미를 살렸다. 특수 포장 기술을 적용해 국내 로스팅한 원두와 신선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예비 점주는 개점 전 3~4주 교육을 받고 매장운영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고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롯데백화점 명동점·일산점을 비롯해 북수원 CGV점, 신천점 등이 있으며 내달 서울 여의도 IFC몰에 입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