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우울한 취업문(사설)

올 하반기 취업시장은 취업난을 넘어서 대란이 예상된다. 대학졸업 신입사원의 채용규모가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되거나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불황이 장기화함에따라 거의 모든 기업들이 감량경영의 일환으로 신입사원채용을 억제키로 한 탓이다. 그렇지 않아도 명퇴·조퇴바람으로 고급 실업자가 넘치고 있는 판국이다. 여기에 새로이 대졸 실업자가 대량으로 가세할 경우 사회적인 불안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가위만 같았으면…」하는 추석의 바람은 금년엔 애시당초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우리나라 취업시장의 최대 수요처는 대기업과 은행, 그리고 공기업이다. 오는 11월30일로 공채시험이 결정된 대기업의 경우 채용이 지난해 수준인 곳은 4대그룹 정도에 불과, 모든 기업이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특히 부도유예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는 기아·진로·대농 등은 채용계획이 없다. 경영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쌍용·해태·미원 등은 인원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은행은 채용규모가 미정이나 작년보다 엄청나게 줄어드는 것은 틀림없다. 역시 대기업 부도파문의 여파다. 올초 대대적으로 명퇴를 실시한 시중은행들은 아직도 신입사원 선발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제일은행은 한국은행으로부터 특융을 받으면서 앞으로 5년간 직원수를 1천8백명(전체 인원의 21.6%)이나 줄이기로 하는 등 자구노력 계획서까지 제출했다. 임원도 12명에서 10명으로 축소한다. 제일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들도 감원 태풍이 예고돼 있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공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전력과 한국중공업만이 지난해 수준이고 나머지는 아직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한 곳이 태반이다. 노동부와 재계에 따르면 하반기에 각 기업들은 또 한차례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으로 있다. 일자리를 잃게 될 숫자만도 2만명선으로 어림되고 있다. 취업난속에 실업공황마저 닥쳐 오는 셈이다.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지금까지의 경제정책을 「시장 논리」만 내세워 운용해 왔다. 「시장 논리」는 원칙에 불과하다. 원칙에도 예외는 있으며 운용에는 탄력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기아사태를 비롯, 대기업의 부도 사태에 원칙만 강조하다 기회를 놓쳤다. 하반기의 경기 전망도 불투명하다. 취업시장의 문을 확대하는 것은 결국 경기의 활성화다. 단기적인 대책이 아니라 종합대책이 나와야 할때다. 지금은 원칙보다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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