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독서] 윤내현 교수 지음 `한국열국사연구'

우리나라는 지금 세계화라는 거친 풍랑에다 남북분단이라는 민족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정체성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최근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한일어업협정의 협상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양대국을 외치면서 바다를 이웃나라에 내주는 우를 범하고 있는게 우리 외교의 현실이기도 하다. 세계화의 논리 속에서 민족 주체성은 과연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최근 「한국열국사연구」(지식산업사 펴냄)를 출간한 윤내현(60·사진) 단국대 교수의 대답은 명료하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샐러드 그릇이라고 한다. 여러 종류의 재료가 모여 샐러드를 만들 듯이 세계 여러 민족이 모여 산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맛있는 샐러드가 되려면 그 재료들이 싱싱하게 제 맛을 내야 한다. 이제는 세계가 하나의 샐러드 그릇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각 민족이나 나라들은 자신들의 가치관과 전통문화를 잘 지니고 있어야만 구성요소로서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샐러드에서 부패된 재료처럼 쓸모없이 되고 말 것이다』 윤 교수의 「샐러드 그릇론」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알려준다. 고대사에 대한 연구가 왜 필요한지를 극명하기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 윤 교수는 자신이 한국 고대사 연구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사의 뿌리가 튼튼하고 깊어야만 한민족은 번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또 『한민족의 역사가 잘못되어 있거나 부실하다면 한민족은 자신들의 정체·능력·이념·사상·가치관 등을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면서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미래 설계에 착오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고 진단한다. 한국사가 한민족의 운명을 좌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얘기다. 「한국열국사연구」는 고조선 붕괴 이후 삼국시대 직전까지를 다루고 있는 책. 시기적으로는 서기 4세기 후반까지이고, 동부여, 읍루, 고구려, 동옥저, 동예, 최씨낙랑국, 대방국, 한, 백제, 신라, 가야등 당대의 정치집단을 총망라하고 있다. 저자가 이미 펴낸 「한국고대사신론」, 「고조선연구」와 함께 우리 고대사를 완결한 셈이다. 윤 교수는 『열국은 고조선이 분열되어 성립되었으므로 한민족이 처음으로 정치적 분열을 맞은 시기이기는 하지만, 그 건국과정에서 민족이동과 혼합이 이루어져 민족의식이 강화된 시기였으며 한민족이 재통합을 추진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또한 고구려의 경우 중국 요서지역은 물론 한때 황하 유역까지 진출했고, 백제는 중국 동부해안에 진출하여 그 곳을 지배했으며, 가야와 백제는 왜열도에 나아가 분국을 설치할 정도로 우리민족이 대외활동이 활발했던 시기가 바로 열국시대의 특징이었다는 것. 『역사를 바로 세워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일념으로 3년간 작업에 몰두했다』는 윤 교수는 『오늘날 한국이 IMF(국제통회기금)의 지원을 받아야 할 정도로 경제위기에 몰린 것도 따지고 보면 자신들의 역사를 바르게 알지 못한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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