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이치ㆍ순리를 안다는 이순을 넘기고 뒤돌아보니 벌써 20년 세월. 외식업계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1,000개의 가맹점을 개점하기까지 보람 있었던 일들보다 마음 아파야 했던 일들이 더욱 생각남은 이 가을 계절 탓일까.
나와의 인연으로 인해 성공했던 분들보다 참담한 실패의 아픔을 겪었던 분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고픈 마음이 앞서는 것도 계절이 주는 의미일까 새삼 되뇌어진다.
외식사업ㆍ밥장사는 망하지 않는다고 누가 얘기했던가. 먹는 장사는 아무나 할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누가 말했던가. 가맹점과 본사의 신뢰는 기본, 본사의 지속적이며 순발력 있는 지원 없이 의욕만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분야임을 시간이 흐를수록 절실히 느낀다. 대부분 경험 없이 시작했던 사업주들에게 내가 했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국내 프랜차이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된 것에 대한 나의 책임은 없을까 라고 스스로 질문하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건실한 프랜차이즈로 성장하기 위해선 먼저 본사의 직영점 운영을 통한 사업성검증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시장변화에 대처함은 물론 지역적 시장특성까지 고려한 탄력적인 운영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거의 프랜차이즈본사는 모두 쓰러지지 않기 위해 오직 페달을 밟아야 했던 자전거와 같은 모습이었다. 결국 본사의 생존을 위해 가맹점이 제물이 되기도 했었다.
점점 더 치열해 지는 외식시장의 경쟁상황, 평균 라이프사이클이 2년 남짓한 가맹 매장, 5년도 못 버티는 본사, 그러나 내용면에서는 그다지 실속 없고 너무도 미약한 것이 국내 외식업계의 실정이다. 과연 30~40개 매장을 1명의 슈퍼바이저가 지도하고 지원해주는 국내 프랜차이즈 시스템에서 점주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이제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정보가 공개돼 과거에 비해 많이 투명해졌다. 재무구조가 튼튼한 회사. 정말로 믿고 신뢰를 주는 회사, 장기적인 안목으로 고객에게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키워가는 회사. 매출을 통해 실질적인 수익이 실현 되는 매장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미약하나마 그래도 외식업계에 오래 몸을 담은 나의 본분임을 생각하고 다시금 마음을 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