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수산업과 한미FTA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지난 2006년 6월2일 시작된 이래 8차례의 실무협상과 2차례의 고위급회담을 거쳐 2007년 4월2일 타결됐다. 세계 최대시장이자 초강국인 미국과의 FTA 협상은 통상협상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갖는 역사적 사건이다. 이로써 한국과 미국은 군사동맹과 정치동맹, 그리고 경제동맹이라는 3개의 축을 바탕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새롭고 강력한 동맹관계를 설정하게 됐다. 국경을 뛰어넘은 범지구적 경제 활동으로 상징되는 글로벌화는 세계무역기구(WTO) 다자간 협상과 양자간ㆍ지역간 FTA 확산을 통해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비교우위와 경쟁력이라는 현실적 화두가 자리한다. 재미있는 것은 세계 모든 개별 국가는 비교우위 산업과 비교열위 산업을 동시에 안고 있다. 여기에 바로 양자간, 또는 다자간 협상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협상 당사국은 비교우위 산업(품목)에 대해서는 상대국에 개방을 요구하고 자국의 비교열위 산업(품목)은 (조건부)양보를 하게 된다. 양자간이건 다자간이건 모든 협상에서는 이런 요구와 양보의 동태적 과정이 작동하며 주고받는 복잡한 과정을 통해 타결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협상 당사국은 비교열위 산업 종사자들로부터 강력한 저항과 정치적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번 수산 부문 한미 FTA 협상 과정과 협상 후 나타나는 현상도 예외가 아니다. 먼저 관세 측면에서 이번에 타결된 해양수산 부문 한미 FTA 협상 결과를 살펴보자. 첫째, 수산물관세양허안의 경우 즉시 철폐를 최소화하고 주요 냉동명태 등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10년 이상의 장기 이행기간을 확보했다. 둘째, 조정관세를 인정하고 관세 감면과 관세환급제도를 유지함으로써 미국 측이 제기한 관세특례제도 제한도 배제했다. 비관세 부문에서는 첫째, 우리 측이 제안한 원산지증명서 및 태그(tag)가 부착될 경우 활넙치 체장 제한 해제에 합의했다. 둘째, 정례적으로 어업위원회를 개최해 동 사항들을 계속 협의하기로 해 우리 측이 제기한 입어 및 어업 투자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셋째, FTA가 아닌 별도 채널을 통해 논의하되 금융감독기관의 지급 여력 기준은 협정 발효 후 3년간 유예하기로 함으로써 우리 측이 제안한 수협 공제의 예외를 인정받았다. 넷째, 학교급식에 국산 수산물을 우선 공급한다는 우리 측 제안을 관철했다. 해운 부문에서는 한미 컨테이너안전협정에 따라 검사를 마친 화물에 대해 신속한 통관 보장에 대한 우리 측 제안은 상품위원회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우리 측이 제안한 양수수료 폐지의 경우 물품취급수수료를 폐지한다는 데는 합의했지만 항만유지수수료 폐지는 불가한 것으로 합의했다. 이로써 우리 수산 부문은 경쟁력 제고가 가능한 품목의 단계별(즉시ㆍ3년ㆍ10년) 이행기간을 확보하게 됐으며 민간 품목에 대해 최대한의 유예기간(냉동명태 15년, 냉동민어ㆍ냉동넙치ㆍ고등어 12년)을 확보함으로써 국내 대책을 수립, 추진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또한 양식산 활넙치에 대해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체장 규제를 해제함으로써 우리나라 활넙치의 수출 장벽이 완화됐고 미국 수역에서의 명태쿼터 확보시 러시아와 미국 수역을 연계한 연중 조업이 가능하게 됐다. 이외에도 학교급식, 수협 공제사업, 해운화물 신속 통관 등의 문제에 있어서도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긍정적 협상 결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산업의 구조적 문제, 즉 연ㆍ근해 수산자원 감소, 유통시스템의 전근대성, 가공산업의 취약성, 인력자본의 빈곤, 국제 수산자원 관리 강화, 생산비 증가, 제도 경직성 등의 문제는 수산 부문의 경쟁력 향상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그러나 3~15년의 유예기간은 우리 수산업의 허약한 체질을 강화하고 한국 수산업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우리 수산업의 구조적 문제는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문제 해결 의지와 실천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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