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5월 26일] 실손보험은 보험사를 위한 보험?

생명보험에 들 때 보험사는 반드시 가입대상자의 생명보험 가입 여부를 자사ㆍ타사 구분 없이 확인한다. 그래서 소득수준 등을 봐서 과도한 생명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면 추가 가입이 쉽지 않다. 그러나 실손형 의료비 보장보험은 그런 제약이 없었다. 최근까지 보험사들은 보험가입자가 타사는 물론이고 자사의 유사 상품에 이미 가입했는지 여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이미 지난 2007년 8월 손해보험사에 대해 '중복보험 가입방지를 위한 주의 촉구'를 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보험사들은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99.9%까지 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3,000만원 이상의 실손형 의료비보험에 든 소비자가 유사한 고액의 실손형 보험에 추가 가입한 경우를 '고액과다 중복가입'이라 한다.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따르면 그런 고액 중복가입 건수가 무려 6만5,000건에 이른다. 그것도 자사 중복가입만 조사한 결과다. 실손형 의료비 보장보험은 중복 가입해도 의료비를 중복 지급하지 않으므로 보험가입자 입장에서는 손해지만 보험사로서는 손해볼 게 없다. 금융감독원이 중복 보험가입을 방지하라고 보험사들에 주의를 촉구해도 몇 년째 중복가입이 방치된 까닭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7월 '보험업감독규정'이 개정돼 중복가입이 제재 대상이 된 뒤에야 보험사들은 중복계약을 사전 조회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전산 시스템을 구축한 뒤에는 가입자의 중복가입 여부를 모두 사전 조회해 가입을 거절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보험업계를 통틀어 중복가입 조회대상 가운데 조회하지 않은 건수는 15%나 된다. 이 역시 타사와의 중복가입은 제외하고 자사 중복가입만 대상으로 한 것이다. 생명보험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문제는 더 분명해진다. 자사나 타사의 생명보험 과다 중복가입을 그렇게 열심히 찾아내는 보험사들이 실손형 의료비 보장보험의 중복가입을 몇 년째 방치하며 지금도 자사 중복가입만 조사하고 그조차도 철저하게 하지 않는 것은 보험사로서는 아쉬울 게 없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실손형 의료비 보장보험은 소비자를 위한 보험이 아니라 보험사를 위한 보험이라는 오명을 벗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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