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트 콘트롤을 「리모콘」으로 만든것도 가라오케(가짜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낸 일본사람들 잔머리(?)의 소산이다. 요즘은 온통 리모콘 세상이 되었다.TV는 물론, 에어콘, 자동차, 오디오기기, 심지어 PC까지도 리모콘으로 조정하며 정치판에서 조차 중대 사안이 불거 지면 어디있는 누구의 원격조정이라는 등의 소설 같은 얘기가 심심치않게 등장한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어느 발표를 보면 일년에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고 TV시청시간은 반대로 길어졌다고 한다. 정국이 어수선하고 경제불황의 터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문화나 레저활동 보다는 리모콘을 손에 들고 TV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 상례인 모양이다.
케이블TV에 가입한 시청자는 현재 케이블 29개 채널과 공중파 6개(AFKN 포함), KBS위성채널 2개를 볼 수 있으며, 지역에 따라 NHK, STAR, CNN 등 외국위성채널 6개도 가능하다. 여기에다 8월부터 시작되는 EBS위성채널 2개(과외방송)가 추가되면 총 45개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된다.
퇴근후 저녁8시부터 채널당 5분씩, 위로 아래로, 전채널 일회 왕복만으로도 450분(7시간30분)이 걸려 새벽3시가 된다. 머리아픈 세상만사 잠시 접어 두고 채널고정, 시선집중으로 TV삼매경에 빠져 들면 좋으련만 삼국지의 조자룡이 헌 칼 휘두르듯 리모콘을 이리저리 누르는 시청자의 변덕스러움은 못 말린다.
방송학자들은 춤추는 리모콘의 형태를 네 가지로 나눈다.
먼저 그레이징(Grazing)으로 3개 이상의 프로그램사이를 갈팡질팡 방황하는 분산시청이다. 두 번째 플리핑(Flipping)은 2개 이상의 프로그램사이를 헤엄치면서 광고를 피해 가는 교차시청형태다. 그리고 회피시청인 재핑(Zapping)은 광고는 무조건 안 보겠다며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군을 의미한다. 끝으로 VCR을 고속으로 돌리면서 원하는 장면만 골라 내는 지핑(Zipping)이 있다.
리모콘의 춤을 멈추게 할 방법은 단 하나, 시청자가 원하는 그리고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진리를 알면서도 뜻 같이 이루지 못하는 데에 안타까움이 있다.
영상매체인 TV에서 오락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일상에 지친 국민들에게 위안을 주고 내일의 활력을 보태는 영양소의 역할을 한다. 공중파 TV와 케이블전문채널의 편성내용이 정리되어 미래를 살아 갈 지혜를 제시하는 매체로 거듭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약력
▲1942년 서울출생 ▲경희대 행정학과,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KBS 라디오제작2국장 ▲새그린 GTV대표이사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