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전주 덕진 공천문제를 정면 돌파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정 전 장관의 전주 덕진 공천은 원칙과 명분에 어긋나는 만큼 '공천 불가'에 무게 중심을 싣고 있다는 뜻이다.
한 측근은 31일 "정 대표는 이번 일에 대표직을 걸었다"며 "타협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전날 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내 부덕의 소치"라면서도 "당 대표로서 당이 사는 길을 생각할 것이며 결과에 대해 내가 책임지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일부 의원들을 만나서는 "압박하면 할수록 나는 단단하고 강해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장관의 압박에 무릎을 꿇을 경우 '개혁공천'을 내걸고 재보선을 치르겠다는 원칙과 명분을 송두리째 잃을 수 있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장관측에 당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정 대표는 당분간 여론추이를 지켜보며 장고를 거듭한 뒤 후보등록 기간(4월14~15일) 직전에 최종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상황이 간단치 않아 정 전 장관을 무조건 공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 전 장관에 이어 전주 완산갑의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마저 무소속으로 나설 경우 텃밭 두곳 모두 위험해지는 등 자칫 재보선 참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