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4월 15일] 주공-토공 이번엔 통합해야

김영표(국토연구원 부원장)

지난 산업화시대에는 국민의 기본적인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정부의 당면과제 중 하나였다. 그래서 정부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분업체제를 통해 부족했던 주택과 택지를 신속히 공급하고자 했다. 지난 1969년에 설립된 주택공사는 서민주택과 국민임대주택 건설을 통해 주거복지에 기여해왔다. 토지공사는 1979년 설립된 이래 신도시와 산업단지 건설을 통해 택지부족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산업기반을 확충하는 데 기여해왔다. 그동안 양 공사가 우리나라의 주거수준 향상과 경제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헌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기능중복문제 해결할 근본 방안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국민생활 여건이 바뀌면서 이제는 토지와 주택 시장의 환경도 이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 그동안 주택보급률은 크게 높아졌고 반면에 인구 성장률은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그에 따라 주택 수요가 줄어들면서 택지의 신규개발 수요도 줄어들고 기존도시에 대한 재정비 수요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에서 민간의 역할이 점차 커지면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등 공공 부문의 역할은 줄고 있는 실정이다. 급변하는 시대에는 외부 변화를 적극 수용하는 능력과 함께 국민의 편익을 극대화하는 역량이 있어야 살아 남는다. 이제 양 공사도 이러한 시대의 요청을 인식할 시기가 됐다. 현재 양 공사는 기능중복에 따른 불필요한 경쟁과 비효율이 거의 한계점에 도달해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미래지향적인 공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러한 기능중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기능중복을 가장 확실하고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통합이다. 양 공사의 기능중복과 통합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온 해묵은 과제다. 1993년부터 시작된 양 공사의 통합논의는 정치적 협의과정을 거치면서 일부 기능조정에 그치는 정도에서 늘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단순한 기능조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양 공사 간 경쟁으로 이어졌고 땜질식 처방은 다시 새로운 기능중복문제를 일으켰던 것이 과거의 경험이다. 그 결과 통합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과 갈등이 되풀이돼왔다. 토지개발과 주택건설은 서로 동떨어진 업무가 아니다. 택지개발 없이 주택을 건설할 수 없고 주택건설이 필요하지 않는데 택지를 개발할 필요가 없다. 양 공사가 통합되면 토지개발에서 주택공급까지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한정된 국토를 보다 생산적으로 개발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밑바탕이 마련될 것이다. 그리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와 같은 통합사례를 가까운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은 주택부족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955년에 주택공단을 설립했고 도시 지역의 택지부족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975년에 택지개발공단을 설립했다. 이후 양적인 주택부족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양 공단의 택지개발 업무가 서로 중복되는 점 등을 고려해 1978년부터 두 기관의 통합방안을 검토했다. 1979년 말 정부가 통합방안을 발표하고 이후 설립준비위원회 설치, 통합법안 마련 과정을 거쳐 1981년에 두 기관을 주택도시정비공단으로 통합ㆍ운영했다. 지난 30년간 나름대로 소임을 다 해온 양 공사를 일시에 통합하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과제가 어렵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중복기능의 폐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통합이 지체될수록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로 넘어간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이라는 해묵은 과제에 대한 더 이상의 무의미한 논쟁보다 새로운 시대 상황에 맞도록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 양 공사는 국토개발ㆍ도시ㆍ주택 분야에서 융ㆍ복합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공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새로운 역량을 만들고 국민편익 증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해야 한다. 국민편익 증진위해 노력을
결국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사업 영역인 토지개발과 주택건설은 대외적으로는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며 대내적으로는 국민의 주거복지 수준향상과 연결돼 있다. 과거처럼 토지개발과 주택건설을 별도로 추진하지 않고 그린홈 공급과 집약형 도시(Compact City) 개발 등을 융ㆍ복합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녹색성장의 도시기반을 구축하는 데도 통합공사가 보다 나을 것이다. 양 공사의 통합은 공기업 선진화정책의 핵심으로 국민적인 관점에서 통합의 필요성을 되새겨야 한다. 과거 양 공사의 통합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일부 기능 조정으로 끝나곤 했지만 왜 또다시 통합논의가 계속 등장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21세기는 협력과 공존의 경제학, 즉 콜래보노믹스(collabonomics)를 통해 부를 창출하는 시대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도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국민과 더불어 양 공사 구성원 모두 승자가 되는 콜래보노믹스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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