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성공적인 노동시장 개혁으로 오늘의 경제부흥을 일궈냈다는 점에서 우리가 보고 배울 점이 많다. 2000년대 초반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독일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복지혜택 축소로 위기상황을 극복해냈다. 당시 구조개혁을 주도했던 페터 하르츠 전 독일 노동개혁위원장은 21일 서울에서 행한 강연에서 "독일 노동개혁의 성공비결은 정부의 빠른 결단과 추진력"이라며 "정부는 개혁과정에서 유권자를 잃는 것도 감내하겠다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하르츠 전 위원장은 정부 역할과 관련해 "개혁 속도에도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개혁을 너무 느리게 추진하면 개혁작업이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위원회의 모든 결정사항을 꼼꼼하게 챙겼고 이 과정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노사 양측의 양보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독일 정부가 자발적 합의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지율이 떨어지는데도 정치권과 노조를 설득했다는 대목에서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는 또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는데 이를 거절하면 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했다"며 실업복지에도 개인 책임의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처방을 제시했다. 구성원이 적절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근로를 부과하는 극약 처방을 동원해서라도 모럴해저드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우리 정부는 하르츠 전 위원장의 소중한 메시지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우리는 줄곧 이해당사자 간 합의에만 매달려 개혁작업의 동력마저 상실하고 있지 않은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과 치밀한 전략이 부족했던 탓이다. 대통령이든 경제수장이든 한결같이 남 탓으로 돌리면서 전면에 나서기를 꺼린다면 구조개혁은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다. 하르츠 전 위원장은 "대통령이 노사정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아름다운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은 굳이 대통령이 아니라 어느 장관이라도 과감히 직을 걸고 구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당찬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