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신세기운동/신바람] 8. LG전자 '勞經관계'

[신세기운동/신바람] 8. LG전자 '勞經관계' 노사 신뢰감바탕 화합…디지털리더 도약 '합창' "개밥(식당밥)도 서러운데 닭장(기숙사)이 웬 말인가." 80년대말 LG전자 생산현장에 나붙은 구호다. 조합원들은 지게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점거하는 등 극한 투쟁을 벌였다. 지난 16일 천안 상록리조트. LG전자 노조는 대의원대회를 갖고 "디지털리더로 도약하는데 노조가 앞장서겠다"고 결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는 국내 대기업 가운데 최초로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2년 연속 '신기록'이다. LG전자의 노사관계를 이처럼 완전히 뒤바꾼 것은 무엇일까. 이 회사는 87ㆍ89년 두 차례 파업으로 6,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특히 창사 이후 처음으로 국내 가전시장의 선두자리를 내주는 아픔을 겪었다. 여기서 노사는 투명경영, 노사의 신뢰없이 경쟁력 키우기나 복지향상이 불가능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때부터 경영진은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경영의 대소사에 노조 대표들의 자리를 마련했고, 사업장 방문 때는 가장 먼저 노조부터 찾았다. 근로자와 경영자는 역할만 다를 뿐 동등하다는 뜻에서 '노사'를 '노경(勞經)'으로 바꾸었다. 지난 96년 노ㆍ경 단합대회 때의 일. 농구시합에서 노조가 지자 나찬경 당시 위원장이 구자홍 부회장을 업고 뛰었고, 구 부회장도 답례로 나위원장을 업고 뛰었다. 연출되지 않은 이 장면은 나중에 광고로 만들어져 화제를 뿌렸다. 실질적인 대책도 마련됐다. 현장 사원도 임원이 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고, 주택기금ㆍ의료비ㆍ자녀학자금 지원 등 사원 복지제도를 대폭 개선했다. 회사에 대한 신뢰가 쌓이자 노조도 나섰다. 자발적으로 생산성 올리기와 품질혁신 운동을 폈다. 1인당 생산성은 90년 7,900만원에서 지난해 5억원으로, 불량율은 17.1%에서 0.8% 이하로 떨어졌다. 이 회사는 국내를 대표하는 노사화합의 모범기업이 됐다. 최근에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노사관계 전문가들이 성공사례로 뽑기도 했다. 이달초 LG전자 '노경'은 임단협을 마무리하면서 '디지털 경영'을 선언했다. 구 부회장이 "노조의 지원을 발판삼아 세계적인 디지털 리더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장춘석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보람있는 직장을 만들어 왔으니 노조도 모든 역량을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지금 LG전자 '노경'은 신바람나는 체험을 하고 있다."노조있는 회사가 없는 곳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는. 최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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